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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테니스 전설·제레미 린까지" MLB 역사상 첫 여성 단장에 쏟아진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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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테니스 전설·제레미 린까지" MLB 역사상 첫 여성 단장에 쏟아진 환호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유리천장이 깨졌으니)떨어지는 유리조각들을 조심하라구!"

북미 4대 프로스포츠 역사상 첫 여성 단장(GM)의 탄생에 전세계가 열광했다. 메이저리그(MLB)는 물론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과 '테니스 전설' 빌리 진 킹,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까지 한 마음으로 축하했다.

마이애미 말린스는 14일(한국시각) 신임 단장으로 킴 응(52)을 임명했다. 북미 프로스포츠 역사상 단장을 맡은 첫번째 여성 단장이다. 중국계 미국인인 킴은 LA 다저스 단장을 지낸 파르한 자이디(44)에 이어 두번째 아시아인 단장이기도 하다.

미셸 오바마는 시카고 컵스의 열렬한 팬이다. 하지만 킴의 단장 선임 소식을 접한 그는 자신의 SNS에 "MLB 역사상 첫 여성 단장의 탄생이 날 흥분시킨다. 난 컵스를 사랑하며 자랐지만, 당신을 응원한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중산층 태생으로 변호사를 거쳐 영부인까지 오른 '아메리칸 드림'의 표본이다. 여성이자 흑인으로서 오바마 정부의 명암에 대한 대표성을 지니고 있고, 동성결혼 찬성 및 여성 차별 철폐를 위해 오랜 세월 힘써온 인물이다.

빌리 진 킹은 그랜드슬램 12회 우승에 빛나는 1960~70년대 전설적인 여자 테니스 스타이자 성소수자다. 여성테니스협회(WTA)의 설립과 남녀 상금 동일화 정책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기도 하다. 킹은 "야구계에 몸을 던진지 30년만에 첫 여성 단장의 자리에 올랐다. 킴의 이름은 역사에 남을 것이다. (계속)나아가라!"며 찬사를 보냈다.

'린새니티' 제레미 린은 지난 2018~2019시즌 미프로농구(NBA) 역사상 처음으로 파이널 우승 트로피에 입맞춘 아시아 선수다. 그에 앞서 우승팀에서 뛰었던 멍크 바티에나 쑨예는 플레이오프 로스터에서 제외돼 파이널 무대에 뛰지 못한 차이가 있다. 린은 킴을 향한 축하와 함께 "그는 (새로운)길을 다졌다. 앞으로 더 위대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할리우드 배우 대니얼 대 킴은 "떨어지는 유리조각을 조심하라"는 익살스러운 말로 킴의 단장 선임을 축하했다.

킴은 지난 199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인턴 직원으로 처음 야구계에 몸담았다. 이후 일찌감치 능력을 인정받아 화이트삭스 운영부국장으로 승진했고, 1998년에는 29세의 어린 나이에 뉴욕 양키스 단장 보좌까지 올랐다. 이후 LA 다저스 단장 보좌역으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승진은 쉽지 않았다. 야구 단장은 MLB 30개 각 구단의 정점이다. 킴은 지난 2005년부터 MLB 단장직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셔왔다. 하지만 야구계 입문 30년 만에 결국 마이애미가 첫 여성 단장에게 문을 열었다.

MLB는 물론 킴이 거쳐간 구단들은 일제히 '역사적인 업적', '새 역사를 만든 킴과 함께 했음이 자랑스럽다'며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MLB 선수협회와 LPGA, 미국프로여자아이스하키협회(NWHL), 프랜시스 수아레스 마이애미 시장 등도 앞다투어 킴을 축하했다. 미구엘 로하스(마이애미)와 콜 터커(피츠버그 파이릿츠) 등도 "야구에겐 역사적인 날"이라는 감상을 전했다.

MLB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뉴욕 양키스 중계 캐스터인 수진 왈드만은 "그 소식을 듣고 울었다. 여성 단장을 보는 날이 오다니 믿을 수 없었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앨리사 내킨 코치는 MLB 역사상 첫 정규직 여성 코치다. 내킨은 "야구계 여성들이 모인 단체 메시지방이 폭발했다. 킴의 단장 취임은 더 많은 기회를 만들게 될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양키스 마이너 타격코치인 레이첼 발코백도 "놀라운 일이다. 여성이 단장을 맡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해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금녀'의 구역으로 이름높던 MLB의 문이 열렸다. 킴이 이끄는 마이애미가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전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