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두산 베어스가 미래 선발 투수를 다시 확인했다. '영건' 김민규가 팀 승리에 발판을 놨다.
두산은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4차전 맞대결을 펼쳤다. 이날 두산 선발 투수는 베테랑 좌완 투수 유희관이었다. 하지만 유희관이 너무 빨리 무너졌다. 1회초 조용호-황재균-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3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행운이 따르면서 연속 안타를 내준 이후 실점하지 않고 홈에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지만, 이어진 유한준과의 승부에서 2구 연속 볼이 들어가자 두산 벤치는 투수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투수는 김민규였다. 1999년생 우완 투수인 김민규는 2018년 신인으로 올해 프로 3년 차다. 작년까지는 사실상 1군에서 제대로 뛰지 못했고, 올해가 첫 풀타임에 가까웠다. 대체 선발과 롱릴리프로 요긴한 활약을 펼쳐왔다.
김민규는 지난 10일 2차전에서 포스트시즌 데뷔 경기를 치렀다. 당시 1이닝 동안 3안타 1탈삼진 1사구 1볼넷 무실점으로 홀드를 기록했지만 내용이 좋지는 않았었다. 김민규는 당시 상황에 대해 "너무 떨려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리가 없어진 기분이었다"고 했다. 포스트시즌 데뷔 무대가 불러온 긴장감이 컸다.
그러나 두번째 등판은 달랐다. 예상보다 빨리 1회부터 투입되긴 했지만, 김민규는 차분하게 KT의 흐름을 끊었다. 1회 유한준과 강백호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고, 이후 5회까지 무려 4⅔이닝을 무실점으로 이끌었다. 안타 1개와 볼넷 1개를 허용했으나 삼진 4개를 곁들일 정도로 위기가 없었다. 직구 구위와 변화구 제구까지 완벽했다.
김민규의 호투 덕분에 두산은 혼란을 수습하고 다시 희망을 살릴 수 있었다. 두산 역시 1회말 천금 같은 무사 1,3루 찬스를 놓쳤지만 김민규가 무실점으로 KT 타선을 틀어막으면서 4회말 선취점을 뽑았다.
이번 등판은 김민규에게 1승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결과다. 김태형 감독과 두산 코칭스태프는 긴박한 상황에서 김민규가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공을 어떻게 던지는지 확인했다. 내년 시즌 구상에 그의 위치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