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변화'였다.
포지션 변화를 통한 새판짜기를 모색했다. 좌익수 전준우가 1루를 맡고, 내야수였던 강로한 고승민을 중견수로 이동시키는 밑그림을 그렸다. 전준우는 타격 능력 극대화, 강로한 고승민은 빠른 발을 활용한 외야 수비 강화에 포커스를 맞췄다. 강로한 고승민은 지난해 NC 다이노스와의 교육리그부터 변화에 시동을 걸었고, FA계약을 마친 전준우 역시 스프링캠프부터 시즌 직전까지 1루수 변신을 꾀했다.
하지만 롯데 허문회 감독이 택한 것은 변화가 아닌 안정이었다. 전준우를 기존 좌익수 포지션에 그대로 활용하고, 중견수 자리는 민병헌과 정 훈에게 맡겼다. 1루 수비는 전반기 이대호-정 훈, 후반기 이대호-이병규 조합을 활용했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현장에서 확인한 이대호의 1루 수비 능력이 여전히 첫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승민은 사생활 논란이라는 변수를 만난 끝에 군에 입대했고, 강로한은 공수 전반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내-외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 훈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허 감독은 후반기 이병규가 합류한 뒤 정 훈을 외야 붙박이로 세우고 시즌을 마무리 했다.
기존 포지션인 좌익수 자리에서 한 시즌을 보낸 전준우는 3할 타율 미만(0.279)에 그쳤다. 하지만 홈런(22개→26개)과 타점(83타점→96타점)은 지난해에 비해 증가했다. 유틸리티로 활용한 정 훈은 리드 오프 역할을 맡으면서 출루율 0.382, 타율 0.295,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홈런(11개) 등의 지표를 남겼다. 이대호 역시 체력 부담을 딛고 1루 수비를 병행한 시즌에서 2할대 후반 타율(0.292) 및 20홈런으로 제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롯데는 내년에도 기존 라인업을 지키면서 새 시즌을 구성하게 될까.
장기적으로 볼 때 변화는 불가피하다. 롯데는 주전 대부분이 30대 중후반이지만, 이들을 대체할 백업 자원 부족이 수 년째 지적되고 있다. 올 시즌 한동희가 붙박이 3루수로 기용되면서 기량을 끌어올렸고, 후반기에 합류한 오윤석이나 백업으로 활약한 김재유도 가능성을 드러내긴 했다. 그러나 야수 부문에서 이들 외에 젊은 선수들의 활용도는 극히 낮았던 게 사실이다. 2군에서 기량을 쌓은 신예, 백업들을 키우면서 베테랑 이후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것은 롯데가 필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관건은 새 시즌 롯데가 어떻게 방향을 잡아가느냐다. 손아섭 민병헌 노경은 안치홍 등 베테랑 선수들의 계약이 종료되는 내년은 롯데가 승부처로 꼽은 해다. 성민규 단장은 "2021년에는 무조건 성적을 내야 한다. 손아섭 민병헌 노경은 안치홍은 하지 말라고 해도 열심히 할 것"이라며 "내가 할 일은 그동안 유망주들을 제대로 육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올해 변화를 시도하거나 육성한 선수들을 내년에 어떻게 1군 전력에 활용하고, 이를 실질적인 경기력으로 만들어내느냐가 내년 롯데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