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가을 기술자' 두산 가을야구의 최대 강점은 수비다.
단단한 벽 같은 수비진이 상대 팀을 질식시킨다.
올해도 예외는 없었다. LG와의 준 플레이오프에 이어 KT와의 플레이오프 1,2차전도 질식수비로 파죽의 연승 행진을 이어왔다.
하지만 두산 선수들도 사람이었다.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위즈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0-0으로 팽팽하던 8회초가 악몽이 됐다. 두산이 자랑하는 센터라인이 흔들렸다.
2사 후 투구수 95구가 넘은 두산 선발 알칸타라가 황재균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로하스의 중전안타가 이어지며 2사 1,3루.
유한준이 친 땅볼 타구가 중견수 쪽을 향했다. 두산 유격수 김재호가 빠르게 달려가 글러브를 댔지만 튕기면서 안타가 됐다. 시리즈 처음으로 선취점을 내주는 순간. 충분히 안타성 타구였지만 최고 유격수 김재호에 주력이 느린 타자 주자 유한준이었음을 감안할 때 두산으로선 살짝 아쉬웠던 장면이었다.
이어진 2사 1,3루. 강백호 타석 초구 살짝 낮은 패스트볼을 포수 박세혁이 프레이밍을 위해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공이 미트 아래로 빠져 뒤로 흘렀다. 포기 드문 패스트볼 실수. 그 틈을 노린 3루주자가 홈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면서 0-2가 됐다.
바뀐 투수 홍건희가 강백호 자동 고의4구에 이어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에 몰렸다.
배정대의 배트 끝에 걸린 팝 플라이가 절묘하게 중견수와 유격수 사이에 툭 떨어지며 2타점 적시타가 됐다. 이어진 1,3루에서 5-0을 만드는 장성우의 적시타는 쐐기타였다.
두산으로선 무언가 홀린 듯 석연치 않았던 악몽의 8회초.
불운 속에 센터라인이 흔들린 두산은 시리즈 들어 처음으로 빅이닝을 허용해며 2대5로 패했다. 포스트시즌 연승 행진이 깨지는 순간.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기록도 일단 보류해야 했다.
불안한 점은 답답할 정도로 꽉 막혔던 KT 타선이 부활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사실이다. 발목을 잡았던 부담감을 가을야구 첫승으로 훌훌 털어낸 KT의 매직타선.
4차전부터는 활화산 처럼 타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차전에서 끝낼 수 있었던 두산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아쉽고 불안한 화근을 남기게 됐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