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현장]김연경의 쿨한 인정과 소신, 그의 과한 행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

by

[장충=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프로 선수가 경기 중에 자신의 감정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그 수준이 '정도' 혹은 '상식선'을 넘어섰다면 비난받을 수 있다. 12년 만에 국내 코트로 복귀한 김연경(흥국생명)은 언제나 파이팅과 승부욕이 넘치는 '배구 여제'로 통한다. 그가 경기 중 '과한' 행동을 보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11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2라운드 맞대결. 흥국생명은 3세트까지 2-1로 앞서다가 4세트를 내준 뒤 5세트에서도 8-12까지 뒤지는 등 힘겨운 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경기의 향방을 알 수 없는 혈전이 이어지자 김연경은 자신의 실수가 나올 때마다 연신 아쉬운 표정 혹은 행동을 표출했다.

5세트 14-14에서 김연경은 세터 이다영이 올려준 공을 왼쪽에서 강하게 때렸다. 하지만 공은 상대의 블로킹에 막혀 사이드라인에 걸치며 코트 안에 떨어졌다. 14-15로 다시 리드를 빼앗겼다. 이때 김연경은 코트 위쪽을 잡아 아래로 잡아당기는 행동을 보였다. 적절한 타이밍과 높이로 올라온 공을 완벽하게 때리지 못한 자신의 플레이가 불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러나 곧바로 GS칼텍스 차상현의 어필이 이어졌다. 왜 경고를 주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짓던 김연경은 강주희 주심에게 다가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이번에는 GS칼텍스 주장 이소영이 공식 어필을 했다. 강 주심은 "상대방한테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본인의 기분에서 나온 것이다. (경고)카드를 쓰는 건 상대에게 화를 냈을 때인데 그건 아니다"라며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고, 흥국생명은 5세트를 17-15로 잡고 개막 6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경기 후 김연경의 행동에 대해 '적절했는가'를 놓고 논란이 확대됐다. 차상현 감독은 "말을 아껴야 하는지 그대로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일단 말을 아끼겠다"면서도 "분명한 건 어떤 식으로든 경고가 나갔어야 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나름대로의 기싸움이라고 보는데 조금 더 절제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승부욕과 책임감, 이런 것들이 많이 나온 것 같고, 자제해야 할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김연경의 행동이 과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당사자인 김연경은 "어쨌든 과했다. 내가 참았어야 했는데 아쉬운 포인트(점수)여서 그랬다. 상대에 대한 리스펙트는 아니었다.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상대에게 피해가 안가는 부분이라면 상관없다고도 생각한다. 좋은 분위기의 경기였다"며 자신의 소신을 그대로 표현했다.

온라인상에서도 팬들간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자기 기분에 따라 공을 패대기 치고 네트를 흔들면 배구판이 어떻게 되겠나', '스포츠맨십이 결여된 모습은 정말 좋지 않았다'에서부터 '선수로서 그 정도 승부욕과 불만은 표출해도 된다', '선수가 화를 내는 것도 팬들에게는 볼거리다'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1라운드 MVP로 뽑힌 김연경은 이날 경기전 시상식을 가졌다. 박미희 감독은 이에 대해 "받을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기록이나 수치보다 리더십에서 MVP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김연경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본인 만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V리그 전체 흥행과 이미지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김연경의 코트 위 행동은 늘 주시받을 수밖에 없다. 장충=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