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감독과 수석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던 두사람이 이제 상대 감독이 되어 포스트시즌에서 맞붙는다. '그라운드의 여우' 두 사령탑의 지략 대결이 이번 플레이오프 관전 포인트다.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는 9일부터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시작한다. KT는 정규 시즌을 2위로 마치며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고, 시즌 종료 후 팀 훈련을 소화하며 대진표가 확정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정규 시즌 3위팀은 두산은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경기로 시리즈를 끝내고 3일 휴식을 취했다.
KT가 창단 후 처음 '가을야구'를 경험하면서 KT와 두산의 포스트시즌 맞대결은 역대 처음이다. 지난해 통합 우승 챔피언이자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리그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두산이 공교롭게도 모든 것이 처음인 KT의 첫 상대가 됐다.
이강철 KT 감독과 김태형 두산 감독의 대결도 관심사다. 평소에도 절친한 사이인 두사람은 두산에서 1군 감독과 수석코치로 함께 했었다. 이강철 감독은 2017시즌부터 두산 코치로 합류했었고 2군 감독을 거쳐 2018시즌 수석코치로 활약했다. 2018년 당시 정규 시즌 우승을 합작했고, 한국시리즈에서 SK 와이번스에 막혀 준우승을 기록한 후 이강철 감독은 KT 신임 감독으로 부임했다.
나이와 프로 경력으로는 1966년생인 이강철 감독이 1967년생인 김태형 감독보다 1년 선배다. 사석에서는 '형'이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두산 수석코치 당시 내부의 최고 호평을 받을 정도로 보좌를 잘했던 '동지'이기도 했다.
그만큼 서로를 잘 알고, 또 생각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플레이오프가 흥미롭다. 김태형 감독은 포스트시즌 경험으로는 현재 10개 구단 감독 가운데 최고 베테랑이다. 올해 목표 중 하나였던 정규 시즌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단기전에서 밀어부치는 추진력은 타고났다는 평을 받는다. 직관을 앞세운 냉철한 판단력과 칼같은 끊고 맺음이 김태형 감독의 강점이다. 판단에 망설임이 없다.
두산은 작년부터 1군 투수메인코치를 맡았던 김원형 코치가 SK 와이번스 신임감독으로 부임하게 되면서 포스트시즌 도중 핵심 코치를 잃었다. 그러나 작년 우승 과정부터 쌓아온 시스템이 확고한데다, 기존 운영 틀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공백 역시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자신을 보인다.
반면 이강철 감독은 비록 포스트시즌 운영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경험만큼은 김태형 감독에 못지 않다. KIA 타이거즈 코치 시절 지도자로서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서 수석코치를 맡았던 당시 이미 후배이자 감독인 염경엽 당시 감독을 보좌하면서 풍부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 그리고 신생팀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후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들을 수석코치로서 이미 충분히 겪어봤다. 이후 두산에서 겪은 우승과 준우승 경험 역시 자양분이 됐다.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후, KT가 2년 연속 두산에 9승7패로 강세를 보였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과거 두산에서 선수들을 지도했던 현재 KT 코칭스태프가 그만큼 두산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두산 역시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 부분이 가장 신경쓰일 것이다. 하지만 단기전, 가을야구는 또 다를 수 있다. 김태형 감독과 두산 선수들이 가지고있는 자신감을, 긴장한 KT가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변수가 남아있다. 숱한 경험을 치른 두산 선수들조차 "포스트시즌 경기는 너무 긴장이 되서 헛구역질이 날 정도"라고 이야기한다.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는 베테랑 코치 출신 양팀 사령탑. 김태형 감독의 과감한 직관이냐, 이강철 감독의 경험을 앞세운 반전이냐. 벤치 싸움이 이번 시리즈의 핵심 승패 요인이 될 전망이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