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KT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36)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칫 가을야구를 또 못 뛸 뻔 했다.
박경수는 지독이도 가을 운이 없었다.
2003년 1차지명으로 LG트윈스에 입단했지만, 기나 긴 암흑기가 시작됐다. 팀이 아예 가을무대를 밟지 못했다.
군복무를 마친 직후인 2013년에는 하필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출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2015년 신생팀 KT위즈로의 이적. 가을야구 진출까지 꼬박 6년이 걸렸다.
하지만 덜컥 하는 일이 있었다. 시즌 막팍 또 한번 햄스트링을 다쳤다. 눈 앞이 깜깜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어요. 햄스트링 다치는 순간 끝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느낌을 아니까. 트레이너와 같이 그 다음날 병원 가면서도 '햄스트링을 다쳐본 사람들은 자기 통증만 느껴도 이 병명이 뭔지 안다'고 했죠. 트레이너가 물어보길래 "그레이드2 같다"고 말했죠."
치료 시간이 필요했다. 후배들이 시간을 벌어줬다. 막판 불끈 힘을 내 2위로 시즌을 마쳤다.
박경수 출전을 위한 결과가 됐다.
"선수들이 2위까지 잘해줬고. 트레이닝 파트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재활을 시켜줘서. 시즌 막판 홈경기 등록될 수 있었어요.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으로 게임에 임해야죠."
인연이 없다보다 체념했던 가을야구가 박경수의 눈 앞에 펼쳐졌다.
그는 마치 고졸 신인 처럼 가을 축제가 신기한 듯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감탄하기 바쁘다.
"1~2년 선배들이 은퇴한다는 기사를 많이 보고 사실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운 좋게 축제를 즐기고 있는 입장이다. 만감이 교차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