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실내=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서울 삼성을 살린 '컴퓨터 가드' 감독의 선택.
서울 삼성과 안양 KGC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2라운드 경기가 열린 8일 잠실실내체육관. 이날 경기의 화두는 지친 삼성이 KGC가 자랑하는 강력한 압박 수비를 어떻게 뚫어내느냐는 것이었다.
삼성은 하루 전 인천 전자랜드와 혈전을 치르고 백투백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었다. 반면, KGC는 1주일을 쉬고 코트에 나왔다. 체력 회복이 완벽하게 돼있을 상황. 경기 전 삼성 이상민 감독은 "상대는 공격적으로 수비를 하는 팀이다. 우리가 상대의 수비에 도망다니지 않고, 또 실책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기는 예상 외의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삼성의 지역 방어 때문이었다. 삼성은 1쿼터 시작하자마자 KGC에 연속으로 득점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곧바로 앞선에 2명, 밑선에 3명을 배치하는 2-3 지역방어로 바꾸며 경기 양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KGC는 전성현, 변준형, 문성곤 등 슈터들이 한 번 터지면 화력이 무서운 팀. 2-3 지역방어는 양쪽 45도 지역에서 슈터들에게 3점슛을 허용하기 쉬운 수비다. 하지만 왜 이 감독은 외곽 공격이 좋은 KGC를 상대로 이 수비법을 선택했을까.
이 감독은 "KGC는 이재도, 변준형과 얼 클락이 외곽에서 만드는 2대2 공격이 강한 팀이다. 이 투맨 게임에서 파생되는 공격이 좋다. 때문에 2-3 지역방어를 쓰더라도 외곽에 있는 선수를 강력히 압박하는 매치업 지역방어 개념으로 사용했다. 상대가 안으로 밀고 들어가 2점은 넣더라도, 외곽 3점을 막고 거기서 파생되는 찬스를 막자는 의도였다"고 했다.
이 감독의 말대로 삼성은 앞선의 가드 2명과 뒷선 날개에 있는 2명의 선수들이 쉬지 않고 움직이며 상대 외곽 라인을 봉쇄했다. 연속된 경기에 지쳤을 법 했지만, 이를 악물고 한 발 더 뛰었다. 이 감독도 평소보다 선수들 더욱 고르게 투입하며 압박 수비를 펼쳐나갔다.
KGC 선수들이 삼성의 강력한 지역 방어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 먼저 변준형과 이재도가 공을 너무 끌며 수비를 격파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고, 믿었던 슈터 전성현의 컨디션이 안좋았던 것도 악재였다. 3쿼터 투입된 우동현이 깜짝 3점 2방을 터뜨린 것, 3쿼터 막판 삼성 이동엽이 U파울을 저질러 자유투 2개에 변준형 3점슛까지 한 번에 5실점한 걸 빼면 KGC가 크게 밀릴 상황이었다.
삼성은 4쿼터 얼 클락에게 연속 3점을 허용하며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이 감독은 끝까지 2-3 지역 방어를 뚝심으로 밀고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결정적 승부처에서 아이제아 힉스가 득점에서 집중력을 과시해 승리를 지켜냈다.
삼성 이상민 감독은 "수비에서 대체적으로 만족한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고양에서는 창원 LG가 고양 오리온을 86대80으로 물리쳤다.
잠실실내=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