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끝나고 이겨서 히어로 인터뷰 여기서 다시 하면 되는 건가요."
막연한 희망이었을까, 결연한 의지였을까. 결과적으로 희망사항으로 멈추고 말았다. LG 트윈스 박용택이 아쉬움 속에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박용택은 5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대타로 출전했다. 그러나 팀이 7대8로 패하면서 시리즈 전적 2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 시즌을 마감하면서 이날 경기는 박용택에게 19년간 누빈 그라운드를 떠나는 마지막 무대가 됐다.
경기 전 박용택은 잠실구장 2층 컨퍼런스룸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자리에 앉으면서 "끝나고 이겨서 히어로 인터뷰 여기서 다시 하면 되는 건가요"라며 웃음 띤 얼굴로 취재진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어 박용택은 이날 오전 집에서 있던 일을 소개했다. 그는 "아이들은 아침에 학교 가서 못 봤는데, 와이프한테 어제 자기 전에 어쩌면 야구선수로서 마지막 밤일 수도 있다고 했다. 오늘 아침 밥 차려주는데 '잘 좀 차려줘'라고 했다가 와이프가 '마지막이 아니'라며 핀잔을 주더라"면서 "가족은 오늘 안 온다. 토요일에 온다. 토요일이 인생 마지막 잠실경기"라고 했다. 이날 패하면 현역 생활을 그대로 마감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LG는 결국 패했고, 박용택의 소망은 인터뷰 녹취상으로만 남게 됐다. 하지만 박용택은 막상 게임이 시작되자 평소대로 후배들 응원에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 대타로 출전하기 위한 몸풀기에도 신경을 썼다.
박용택은 6회말부터 몸을 풀기 시작했다. 더그아웃에서 두산 투수 최원준의 투구에 타이밍을 맞춰가며 연신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러나 9번 정주현 타석에서 신민재가 대타로 들어서자 박용택은 방망이를 놓고 다시 후배들 응원에 나섰다.
박용택은 8회초 수비 때 다시 방망이를 들고 출전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기회는 7-8로 뒤진 8회말 찾아왔다. 선두 이천웅이 우전안타로 출루하자 LG는 8번 유강남 타석에서 박용택을 대타로 불렀다. 박용택은 두산 이영하의 초구 148㎞ 직구를 힘차게 받아쳤지만, 빗맞으면서 3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됐다. 이때 1루주자 이천웅이 2루까지 진루해 결과적으로 진루타가 됐다. 그러나 LG는 후속타 불발로 점수를 동점에 실패했다.
박용택의 마지막 타석은 그렇게 끝이 났다. 포스트시즌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에서 그는 41세 6개월 15일로 이호준(41세 8개월 13일)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LG는 올해 박용택의 은퇴 경기를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유니폼을 벗은 뒤인 내년 시즌 은퇴식을 성대하게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