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145.7㎞→145,3㎞→142.2㎞'
2018년→2019년→2020년 LG 트윈스 투수 타일러 윌슨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 추이다.
올 시즌 부상 등이 겹치며 3㎞가 줄었다. 이 잃어버린 3㎞가 시리즈 향방을 갈랐다.
윌슨은 우여곡절 끝에 5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준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로 나섰다. 부상 회복 속도로 인한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막판 극적으로 2차전 선발로 낙점됐다.
하지만 윌슨의 패스트볼 구위는 끝내 회복되지 못했다. 최고 구속 143㎞, 최저 139㎞로 시즌 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변화구 의존도가 늘었다. 총 59구 중 커브가 24구로 가장 많았다. 투심이 11구, 체인지업이 5구였다.
패스트볼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 심각한 여파를 불렀다.
지나친 코너 승부를 의식하다 2회와 4회 두 차례 선두 타자 볼넷을 허용했다.
이 볼넷이 화근이 됐다. 2회 선두 허경민을 볼넷으로 출루시켜 맞은 2사 2루에서 오재원의 선제 적시 2루타로 연결됐다.
타자와 주자의 노림수도 변화구에 초점이 맞춰졌다.
4회는 선두 타자 볼넷에 이어 두 차례 도루에 속절 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 역시 '잃어버린 3㎞'와 관련이 있었다.
선두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윌슨은 후속 허경민에게 3루 땅볼을 유도했다. 2루에서 포스아웃. 1사 1루가 됐다.
하지만 1루주자 허경민은 박세혁 타석 때 초구에 2루도루를 감행했다. 변화구 타이밍(124㎞ 체인지업)을 기막히게 포착해 넉넉히 세이프. 곧바로 박세혁이 윌슨의 커브를 중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LG 최일언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근심 어린 노 코치를 윌슨은 미소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패스트볼을 잃어버린 윌슨의 위기는 아직 끝이 아니었다.
새로운 1루주자 박세혁이 김재호 타석 때 초구 변화구 타이밍(124㎞ 커브)에 지체 없이 2루를 훔쳤다. 역시 여유있게 세이프. 윌슨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또 한번 124㎞ 커브를 던지다 김재호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1사 1,3루에 몰렸다. 또 한번 최일언 코치가 마운드로 향했다. 이번에는 손에 공이 쥐어져 있었다.
윌슨이 내려간 LG 마운드는 신바람 난 두산 타선을 막을 수 없었다. 진해수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연투 속에 지쳐있었다. 오재원 박건우의 연속 적시타와 정수빈의 희생플라이, 페르난데스의 적시타와 오재일의 쐐기 투런포가 터지면서 추가 6실점 하고 말했다. 0-8. 초반이지만 벼랑 끝에 몰린 LG로선 멀어보이는 점수 차였다. 쫓아갔지만 너무 멀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