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김태균이 은퇴하고, 이용규도 떠났다. 한화 이글스가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위한 '칼바람'의 시기를 맞이했다.
이용규가 한화 유니폼을 입은지 7년만에 대전을 떠난다. 이용규는 5일 정민철 한화 단장과의 만남에서 재계약 불가를 통보받았다. 35세, 데뷔 17년 만에 자유계약 선수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상황이 됐다.
한화에겐 끝이 아닌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 올해 한화는 10개 구단 체제로 바뀐 이래 처음 10위를 차지했다. 진작부터 예고됐던 '추운 겨울', 하지만 이용규와의 이별은 예상 외다.
이용규는 지난해 트레이드 요청으로 활동정지 징계를 받은 뒤 한 시즌을 쉬었다. 하지만 2020시즌 복귀와 함께 선수들의 투표를 통해 주장 완장을 찼다. 올시즌 성적은 타율 2할8푼6리(419타수 120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718 32타점 17도루였다. 안타와 도루는 팀내 1위다.
사령탑 교체의 파문과 김태균을 비롯한 베테랑들의 부진, 코로나19 여파, 줄부상으로 팀이 고전하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웠다. 커리어하이인 2015~2016년 이후 하락세이긴 하지만, 남다른 열정과 근성만큼은 여전했다, 적어도 올시즌 한화에서는 대체불가 외야수였다.
한화가 올겨울 FA로 외야수를 영입하지 않는다면, 현 시점에서 이용규의 자리를 메울 중견수 후보는 노수광과 정진호 정도다. 유장혁 이동훈 중 젊은 선수들의 기량은 미지수다. 그렇기에 이용규의 방출은 더욱 과감한 한수였다.
지난 10월 '레전드' 김태균을 떠나보냈다. 김태균도 은퇴 경기를 마다하며 '후배들을 위한 기회'를 강조한 바 있다. 김태균과 이용규가 모두 떠난 만큼, 세대교체의 바람은 한층 강력해질 전망이다.
정민철 단장은 이날 스포츠조선에 "한화는 변화, 리빌딩이 필요한 팀이다.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세대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추가적인 '칼바람'이 예상된다. 송광민 최진행 이성열 등 30대 중반의 노장들은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
다만 이들이 가뜩이나 약한 팀 타선에서 그나마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이라는 점이 딜레마다. 올시즌 팀내 홈런 1위 노시환(12개), 공동 2위 브랜든 반즈(9개)를 제외하면 송광민(9개) 이성열 최진행(이상 8개)가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들이었다. 이들 5명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강경학, 그리고 시즌초 퇴출된 제라드 호잉(이상 4개)이다.
하지만 이용규가 방출된 이상 이들 역시 칼바람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특히 지난 겨울 2년 FA 계약을 맺은 이성열은 아직 1년이 남아있지만, 송광민과 최진행은 올해를 끝으로 계약이 끝난다.
올해 한화는 황무지 상태였던 마운드에 강재민 윤대경 등 불펜투수들을 키워냈다. 2021년 한화의 '경쟁 체제'가 타선 리빌딩이라는 결과물도 내놓을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