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확실한 소득이라 아니할 수 없다.
LG 트윈스는 올해 마운드 세대 교체를 가속화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젊은 투수들의 약진 두드러졌다. 지난해 마무리 고우석과 셋업맨 정우영을 발굴한 LG는 올시즌 선발투수 이민호와 전천후 좌완 김윤식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민호와 김윤식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단한 신인들이다.
두 선수가 나란히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다. 이날 LG는 이민호를 선발로 내세웠다. 3전2선승제의 준PO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로 여겨지는 1차전에 고졸 신인을 내세운 건 이례적이지만, LG의 선발진 상황을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이민호의 구위를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민호는 호된 가을야구 신고식을 했다. 3⅓이닝 동안 5안타와 4사구 4개를 허용하며 3실점해 패전을 안고 말았다. 제구가 다소 불안하기는 했지만, 희망적인 측면을 발견했다는 게 경기 후 류중일 감독의 평가다. 류 감독은 "1회 홈런을 안 맞았으면 좋은 투수전이 됐을텐데, 포스트시즌 첫 선발이고 홈런을 맞았지만 굉장한 가능성을 봤다고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이민호는 66개의 공을 던지면서 최고 149㎞에 이르는 묵직한 직구와 140㎞ 안팎의 강력한 슬라이더를 과시하며 주눅들지 않는 피칭을 보여줬다. 1회 두산 호세 페르난데스에게 우월 홈런을 허용했으나, 142㎞ 슬라이더를 몸쪽 낮은 스트라이크존으로 잘 찔러넣은 것이었다.
올 정규시즌서 5선발로 활약한 이민호는 16번의 선발 경기 가운데 5회를 채우지 못한 건 한 번 뿐이다. 나머지 15경기는 모두 5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선발투수의 자격 요건 1번인 이닝 소화능력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타선과 불펜의 도움이 부족해 4승4패에 그쳤을 뿐, 평균자책점 3.69, 피안타율 2할4푼9리로 안정감을 보였다. 지난 9월 7일 1⅓이닝 동안 10실점한 롯데 자이언츠전을 빼면 평균자책점은 2.80이다.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보여주는 수치다.
김윤식은 0-4로 뒤진 8회말 등판해 1이닝 동안 3타자를 가볍게 요리했다. 승부가 기운 상황이기는 했지만, 두산 박세혁 김재호 정수빈을 9개의 공을 던져 각각 1루수 땅볼, 중견수 뜬공 등으로 처리했다. 김윤식은 정규시즌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3경기에 등판했다. 2승4패, 2홀드, 평균자책점 6.25를 기록한 김윤식은 아직 선발과 불펜에서 핵심 멤버는 아니지만 왼손투수로 활용폭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발, 롱릴리프, 좌완스페셜리스트, 셋업맨 중 어느 보직을 맡아도 LG 마운드에 힘이 될 수 있는 영건이다. 140㎞대 중반의 직구와 커브, 투심,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갖추고 있어 이민호처럼 제구력을 보완한다면 무섭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보통 마운드 세대 교체는 10년 단위로 이뤄진다. LG는 임찬규 정찬헌 최동환 최성훈 등 입단 10년차 안팎의 베테랑들과 지난해 고우석 정우영에 이어 올해 이민호 김윤식이 가세한 마운드의 신구 조화가 돋보이고 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