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부상 이전과 이후. 크리스 플렉센은 다른 투수로 거듭났다. 정확히 표현하면, '업그레이드' 됐다.
두산 베어스 플렉센이 자신의 KBO리그 포스트시즌 데뷔 무대에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한 플렉센은 6이닝 동안 4안타 11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특유의 탈삼진 능력을 앞세운 플렉센은 LG의 좌, 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삼진을 잡아내며 위기 자체를 원천 봉쇄했다. 우타자 김민성이 유일하게 플렉센을 상대로 안타 2개를 쳐냈고, 그 외 타자들은 출루 기회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플렉센은 6회까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두산의 1차전 4대0 승리를 이끌었다. 플렉센은 승리 투수가 됐다.
정규 시즌 9~10월에 보여준 활약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발 안쪽 뼈 골절 부상으로 7~8월을 거의 날린 플렉센은 9월 복귀 이후 팀이 영입 당시 기대했던 모습으로 활약을 해냈다. 특히 10월에 등판한 5경기에서 4승무패 평균자책점 0.85로 월간 MVP급 기세를 보여줬다. 스스로 자신의 공에 대한 자신감을 더하면서 상대 타자와의 승부에서 절대 무너지지 않는 투구 내용을 펼쳤다.
플렉센은 경기 중에 당한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긴 시간을 재활로 보내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플렉센은 뼈가 부러진 발에 깁스를 한 상태로 앉아서 공을 던질 정도로 의욕적이었다. 절대 투구 감각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하반신 운동은 제대로 할 수 없어도 상반신 운동에 더욱 집중하면서 언제든 공을 던질 수 있는 상태를 유지했다. 움직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근육량, 체지방량 조절을 위해 식단도 엄격하게 관리했다.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멘털적인 부분도 많이 달라졌다. 터프해보이는 외모에 메이저리거 출신이지만, 1994년생인 그는 올해 만 26세에 불과한 젊은 투수다. 처음에는 낯선 한국, 새로운 리그에서 뛰는 게 적응하는데 쉽지 않았다. 플렉센은 "솔직히 부상 전 등판들은 만족스럽지 못했었다. 그래서 재활을 하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경기 운영이나 육체적,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코치님들과도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상의했다"고 이야기했다.
부상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재정비 기간을 거치면서 플렉센은 더욱 자신감을 찾았다. 두산은 플렉센을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거물급 투수'로 보고있다. 이제 그가 그릴 수 있는 최고의 시즌 엔딩은 다음 라운드, 그 다음 라운드까지 지금의 페이스를 이어가는 것이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