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끝나고 이겨서 히어로 인터뷰 여기서 다시 하면 되는 건가요."
경기 전 인터뷰실로 들어선 LG 박용택은 늘 그렇듯 밝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자리에 앉았다. 이날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박용택은 여전히 우승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전날 1차전서 5회말 정주현 타석에서 대타로 들어선 박용택은 두산 선발 크리스 플렉센의 초구를 힘차게 받아쳤지만, 2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지난 2일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7회 대타로 들어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포스트시즌서 대타로 아직 이렇다 할 타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용택은 "다른 때와는 마음이 좀 다르다. 재미있게 있다가 가려고 한다"며 "연습할 때 후배들한테 소리도 지르고 했는데, 밝은 모습으로 하자고 했다. 식사할 때 심판 선배들이 '애들이 뭐 표정이 굳어 있냐'고 하던데, 후배들이 밝은 모습으로 실력껏 잘 했으면 좋겠다"며 후배들의 파이팅을 주문했다.
다음은 박용택과의 일문일답.
-연습때 소리를 많이 지르던데.
▶후배들이 밝은 모습으로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특히 형종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편하게 못하더라. 긴장을 많이 한다. 그런 친구들한테 (기분을 좀)풀어주려고 노력한다.
-대타로 나서는 기분은.
▶요즘 경기하면 내가 야구하는 건 2분에서 짧으면 10초인데, 하늘에 맡겨야 되는 거니까. 어제 플렉센 같은 투수의 첫 스트라이크를 놓치면 확률이 많이 떨어진다.
-아침에 가족에게 어떤 말을 해줬나.
▶아이들은 아침에 학교 가서 못 봤는데, 와이프한테는 어제 자기 전에 어쩌면 야구선수로서 마지막 밤일 수도 있다고 했다. 오늘 아침 밥 차려주는데 '잘 좀 차려'라고 했는데 와이프가 마지막이 아니라고 말해주더라. 가족은 오늘 안 온다. 토요일에 온다. 토요일이 인생 마지막 잠실경기다.
-팬들의 응원을 듣고 있는데.
▶아니다. 팬들의 육성 응원을 자제하라는 건가.(웃음) 어제 굉장히 조용하길래 내가 뭐 잘못했나 생각했다. '와' 소리 들었으면 초구에 안타 쳤을텐데. 관중이 있어야 야구장 같다.
-대타 준비는 어떻게 하나.
▶정주현한테 좀 잘 치라고 했다. 두 번째 타석부터 내가 들어가게 하지 말고. 지금은 첫 타석부터 준비한다. 감독님 스타일상 첫 타석부터 들어갈 수도 있다. 작년 처음 대타를 하면서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나가는 경우 생기더라.
-주전으로 나가지 않는 게 아쉽지 않나.
▶사실은 멋있게 계속 주전으로 뛰고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타 한 타석이라도 칠 수 있을 때까지 야구하는 것도 괜찮은 거 아닌가 한다. 2년전 계약할 때 멋있게 은퇴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할 수 있을 때까지 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예전에는 시즌 전 인터뷰에서 팬들한테 올해는 가을야구, 유광점퍼 얘기를 했는데 솔직히 좀 창피하기도 했다. 우린 기껏해야 절반 정도 하는 건데 꼭 그렇게 얘기해야 되나하는 생각이다. 3승, 4등 하겠다는 건 프로야구 선수가 할 말이 아닌 것 같다. 후배들이 우승하겠다는,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상대가 두산이다.
▶어떤 팀을 특정하기는 싫지만, 두산에 지면 아주 조금더 기분 나쁘다.(웃음) 두산에 져서 떨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김현수에게 해 준 말이 있나.
▶혼나기 전에 제대로 하라고 했다. 그만 장난치라고, 조금만 더 그러면 화낼 것이라고 했다. 오늘은 잘 칠 것 같다. 본인도 어제 마지막 타석에서 느낌이 좋았다고 하더라.
-상상하는 마지막 타석은.
▶마지막 타석의 모습은 안타를 치든 뭐든, 우리가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날 타석이면 좋겠다. 지금 와서 '준우승택' '4등택' 그러겠나. '우승택'이라야 한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