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크리스탈 아닌, 배우 정수정의 완벽한 변신이다.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 토일이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예비 아빠를 찾아 나서는 코미디 영화 '애비규환'(최하나 감독, 아토ATO·모토MOTTO 제작).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정수정, 장혜진, 최덕문, 이해영, 강말금, 남문철, 신재휘, 최하나 감독이 참석했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과 '우리집', 신동석 감독의 '살아남은 아이' 등을 제작하며 명실상부 한국 웰메이드 영화의 대표 브랜드로 떠오른 제작사 아토ATO의 여섯 번째 작품인 '애비규환'은 걸그룹 f(x) 출신 정수정(크리스탈)의 첫번째 스크린 데뷔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5개월차 임산부 설정의 파격변신으로 눈길을 끈 정수정은 TV드라마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을 놀라게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극중 토일(정수정)의 부모로 등장하는 장혜진, 최덕문, 최환규를 비롯해 토일의 남자친구 호훈 역의 신재휘, 호훈의 부모 역의 강말금과 남문철까지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살아 숨쉰다.'애비규환'의 가장 큰 장점은 경쾌함에 있다. 많은 독립영화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무겁고 어둡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과 달리 '애비규환'은 처음부터 끝까지 통통튀는 매력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보수적인 유교문제를 집고 넘어가는 것은 물론 이혼 가정을 바라보는 사회의 문제, 혼전순결 문제 등을 재기발랄하고 경쾌한 코미디로 풀어내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사한다. 말맛 넘치는 대사들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사랑스러운 유머 등이 빠른 속도감과 높은 몰입감으로 관객들을 순식간에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하나 감독은 "제가 워낙에 콩가루 가족 영화를 좋아한다. '애비규환'은 처음으로 장편 시나리오다. 내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어떤 영화를 담고 싶은지 고민하던 중에 가족 영화에 도전을 하자는 생각을 했다. 저희 가족도 그렇고 주변 가족들도 그렇고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자의 사연들이 있지 않나. 그런 이야기를 참고해서 이야기를 하면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고 영화의 기획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이혼 가정이 많음에도 여전히 실패한 결혼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데 오히려 삶의 오류를 고치려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불행한 게 아니라 행복한 사람으로 편견없이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애비규환'이라는 독특한 제목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최 감독은 "졸업작품으로 쓰게 된 시나리온데 아빠들이 나오는 소동극아라는 설정만 있고 제목을 정하지 못했다. 시나리오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들이 기존 영화를 패러디하는 제목은 어떠냐라고 의견을 제시해줬다"라며 "처음에는 '아비정전'을 패러디해 '애비정전'이라고 하려고 했는데, 너무 장난스러워서 '아비규환'을 패러디해 '애비규환'이라는 제목을 짓게 됐다"고 답했다.
최하나 감독은 정수정에서 임산부 토일 역을 맡긴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저 또한 수정 씨가 f(x)의 크리스탈 이미지가 강하긴 했다. 하지만 수정 씨의 이전 출연작 중 '하이킥'을 정말 좋아해서 이 배우가 코미디 연기를 잘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머리 속에는 걸그룹의 이미지가 강했었는데, 첫 미팅에서 수정 씨가 걸어 들어오는 순간 저 사람이 맡은 토일이 내가 생각했던 토일보다 더 매력적일 거라고 생각을 했다. 더 빛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을 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임산부 토일 역의 정수정은 "임산부 캐릭터를 제안을 받았을 때 한숨을 쉬었다. 너무 큰 도전이었기 때문에 망설였다. 대본을 읽은 후에는 한번에 읽고 바로 하겠다고 했다. 그만큼 대본이 재미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여름 날씨에 배 모형을 차고 촬영을 해야되서 땀이 많이 찼다. 그것 말고는 정말 모두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수정은 극중 토일이라는 인물에 대해 "굉장히 당당하고 자기 자신을 많이 믿는 캐릭터다"라며 "딱 요즘 여성을 대표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공감이 많이 가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수정은 '애비규환'으로 첫 스크린 데뷔를 하게 된 것에 대해 "평소에도 영화를 좋아하고 독립영화를 좋아하는데 이렇게 멋진 대 선배님들과 함께 하게 되서 너무 영광이다"라며 "정말 매 순간이 즐거웠다. 드라마고 영화고의 차이보다 현장이 정말 좋았다"며 밝게 웃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제대로 된 변신을 보여준 정수정. 그는 "정수정도 크리스탈도 모두 저의 모습이다. 둘다 좋아한다. 배우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처음에 감독님을 만났을 때 제가 다이어트 중이었는데, 감독님이 볼이 쏙 들어가있는 걸 보면서 임산부는 그러면 안되다고 해서 다이어트를 멈췄다. 임산부의 모습이 잘 드러난것 같아서 다행이다"며 배우로서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정수정과 모녀 호흡을 맞춘 장혜진은 "옆에 정수정 배우는 우리 동네 주민이다"며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어 "수정 배우와 연기를 하면서 놀랐던 점은 상당히 진취적이면서도 예의가 바르다는 거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어떡해요'가 아니라 '애보죠'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너무나 예뻐서 계속 뚫어져라 보게 되더라"라며 "같은 동네 주민이라서 좀나간 같이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예정이다"고 고 말했다. 이어서 정수정을 향해 "사랑해 수정아"라고 말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11월 12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