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1일 한화 이글스 김태균이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김태균을 강타자지만 우승은 하지 못한 '비운의 선수'로 볼 수 있지만 일본에선 다르다. 김태균이 2010년부터 2시즌 동안 뛰었던 지바롯데 마린스의 팬들은 그를 '역전 우승의 공로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태균은 일본 진출 첫 해인 2010년 시즌 초반 지바롯데의 4번타자로서 활약해 그 결과 올스타 팬 투표에서는 퍼시픽리그 1루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득표수 36만358표는 퍼시픽리그 전체 1위였다. 그만큼 일본 야구팬들에게서 인정을 받으며 많은 인기를 누렸다.
여름이 지나면서 성적이 떨어져 타순도 4번에서 내려간 김태균이었지만 홈런 21개는 팀내 1위였고, 92타점은 팀내 2위로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좋은 성적을 남겼다.
김태균의 활약 덕에 지바롯데는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클라이맥스 시리즈(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3위 자리를 확보했다. 당시 1위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2.5게임차에 불과한 3위였다.
지바롯데는 클라이맥스 시리즈 퍼스트 스테이지에 이어 소프트뱅크와의 파이널 스테이지까지 이기고 재팬시리즈에 올랐고, 주니치 드래곤즈를 4승 1무 2패로 물리치며 우승팀이 됐다. 일본프로야구 역사상 정규시즌 3위팀이 우승을 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일본 야구팬들은 그 사태를 '사상 최대의 하극상(下剋上)'이라는 말로 기억하고 있다.
필자가 일본 매체를 통해 이번 김태균의 현역은퇴 소식을 전달하자 많은 지바롯데 팬들은 "당신이 없었으면 2010년의 하극상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많은 감동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당시의 활약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 "(10년전인)지바롯데 소속 당시 28살이라는 젊은 나이라는 것을 몰랐다"라든가 "김치 태균 버거(지바롯데의 홈구장내 롯데리아에서 판매)가 생각난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김태균이 귀국후 한국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생활에 대해 좋지 않게 말한 것이 일본에 알려져 아직도 그것에 대해 싫어하는 지바롯데 팬도 있다. 하지만 김태균의 은퇴소식에 그 얘기보다는 순수하게 김태균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성과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이야기가 더 많았다.
김태균은 말이나 행동으로 크게 어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오해가 생기기 쉬운 선수이기도 했다. 항상 많은 사람이 안 보이는 곳에서 잘 준비를 해서 경기에 임했다. 지바롯데 시절 외국인 선수로 경기전 훈련을 면제받을 수도 있었는데도 항상 일찍 야구장에 나와 개인 트레이너 손세진씨와 함께 운동을 했다.
또 한화에 복귀한 이후에도 젊은 선수들이 나오는 홈 경기 약 5시간전에 야구장에 와 개인 타격훈련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한화에 몸담았던 일본인 코치들은 "(김)태균이 열심히 하니까 젊은 선수들에게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김태균 본인은 우승을 맛봤음에도 일본에서 보낸 2시즌에 대해 좋은 기억이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본의 야구팬이나 야구인들은 김태균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고 그의 은퇴에 대해 아쉬워하고 슬퍼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