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올 시즌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투수로 활약한 애런 브룩스(30)는 참 운이 없었다.
개막 전 대부분의 감독들에게 경계대상 1위로 꼽혔지만, 시즌 초반 등판 때마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5월 6일 광주 키움전과 5월 12일 대전 한화전에선 각각 5⅔이닝 1실점, 7이닝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지만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KBO리그 첫 승은 5월 23일 인천 SK전이었던 네 번째 등판 만에 따냈다.
6월에도 극강모드였다. 그러나 2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6월 5경기 평균자책점은 1.78에 불과했다. 브룩스는 적극적인 스트라이크존 공략과 150km의 빠른 직구,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를 압도하는 피칭을 펼쳤다. 이닝과 탈삼진, 볼삼비 등 좋은 투수를 평가하는 모든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KIA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브룩스는 헥터 노에시를 뛰어넘는 재능이었다. 게다가 인성까지 좋아 팀 동료들과 잘 어울리기도. 주장 양현종을 잘 따랐다.
8월에는 다소 주춤했지만, 9월 다시 극강모드를 달렸다.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95를 찍었다. 4연승을 질주했다. 헌데 9월 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왔다. 미국에 있는 가족이 신호 위반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한 것. 아들 웨스틴 브룩스가 많이 다쳤다. 브룩스는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야 했다. 브룩스는 떠나기 전까지 11승4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했다. 다른 투수들보다 6~7차례 등판을 덜했음에도 불구하고 151⅓이닝을 던졌고,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는 16차례를 마크했다. 피안타율 0.238, 이닝당출루허용률(WHIP)도 1.02에 불과했다.
KIA는 당연히 브룩스와 재계약하길 원하고 있다. 맷 윌리엄스 감독은 "브룩스 같은 경우 시즌 내내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부문에서 톱 3에 랭크됐다.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에는 1위를 다투고 있었다. 그 정도로 기량을 꾸준하게 보여줄 수 있고, 다시 돌아오게 될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가족 상황이 있고 앞으로 불확실한 점이 많아 상황이 갈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불확실한 점은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의 러브콜이다. 브룩스는 KIA에 오기 전 볼티모어 오리올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밀워키 브루어스 등 많은 팀을 옮겨다녔는데 KBO리그 활약에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하게 됐다. SK 와이번스 출신 메릴 켈리와 두산 베어스 출신 조쉬 린드블럼이 맹활약하고 있어 KBO리그 출신 외인 투수들의 가치도 한층 올라간 상태다. 여기에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강력한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일본 팀들도 국내 팀이 수집한 외인 리스트와 대부분 겹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KBO리그에서 입증된 선수라면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KIA도 브룩스를 잡기 위한 카드를 마련해놓는 것이 급선무다. 브룩스의 2020시즌 몸값은 계약금 20만달러, 연봉 47만9000달러였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