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올 시즌 KIA 타이거즈 중견수 최종승자는 최원준(23)이었다.
KIA 중견수에는 유망한 자원들이 몰려있다. 타격에 다시 눈 뜬 최원준을 비롯해 지난 시즌 신인왕 경쟁을 펼쳤던 이창진(29)과 메이저리그 선수급 수비력을 갖춘 김호령이다.
이 중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의 눈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건 최원준이었다. 사실상 무혈입성이었다. 지난해 경찰청야구단에서 제대한 김호령은 올해 코칭스태프 20명, 선수 54명 등 74명으로 꾸려진 역대급 규모로 진행된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 초대받지 못했다. 허리 부상이 원인이었다. 이창진도 윌리엄스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아야 하기 직전 쓰러졌다. 미국 독립리그 연합팀, 대학팀과 연습경기에 돌입하기 전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가 발생했다. 결국 짐을 싸고 귀국해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윌리엄스 감독이 그나마 믿고 주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최원준 뿐이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불안했다. 주전도 그렇지만, 백업이 없었다. 그 때 조계현 KIA 단장은 윌리엄스 감독을 안심시켰다. "한국에 가면 수비력이 좋은 선수(김호령)가 있다. 걱정말라." 스프링캠프를 끝낸 윌리엄스 감독은 예상대로 최원준을 주전 중견수로 낙점해 시즌을 치렀다. 헌데 최원준이 계속해서 잔실수를 범했다. 공을 잡다가 떨어뜨리는 큰 실수는 물론 실책으로 잡히지 않는 실책까지 나오자 팀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5월 타격감도 시원치 않았다. 타율 2할1푼9리에 그쳤다.
6월에는 그나마 최원준과 교체할 자원이 돌아왔다. 김호령이 복귀했다. 임팩트는 강렬했다. 부상 복귀 첫 경기, 첫 타석부터 호쾌한 홈런을 때려냈다. 중견 수비는 윌리엄스 감독이 들었던 대로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김호령은 방망이가 문제였다. 시즌 전 "컨택 위주의 스윙으로 장타를 욕심내지 않겠다"고 얘기했지만, 좀처럼 컨택이 되지 않았다. 6월 말부터 무안타 경기가 늘어났다.
그러자 윌리엄스 감독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창진이었다. 허리 디스크 재활을 마친 이창진은 지난 7월 7일부터 돌아와 불꽃 타격을 펼쳤다. 7월 타율 3할5푼2리를 찍었다. 수비력은 김호령보다 안정적이다고 볼 수 없지만, 불안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부상 악령을 떨쳐내지 못했다. 지난 8월 6일 LG 트윈스전에서 타격 이후 1루로 뛰다 베이스를 밟은 뒤 햄스트링(허벅지 뒷 근육) 부상으로 쓰러졌다.
윌리엄스 감독은 치열한 5강 싸움을 펼치던 상황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윌리엄스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최워준에게 다시 주전 중견수 기회를 부여했다. 수비 불안함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을 만회한 건 타격감이었다. 8월부터 서서히 타격감을 끌어올리더니 9월 타율 3할7푼4리, 10월 3할6푼9리를 찍었다.
내년 시즌 또 다시 세 선수는 중견수 경쟁선에 선다. 다만 2020시즌 부진했던 타선을 살리기 위해선 타격이 좋은 최원준과 이창진을 함께 기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윌리엄스 감독이다. 최원준이 9~10월만 같으면 윌리엄스 감독은 리드오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수비력을 고려했을 때 이창진이 중견수에 서고, 최원준을 좌익수 또는 우익수로 배치해야 한다.
그럴 경우 나지완과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의 임지가 애매해진다. 터커도 외야 수비력은 약하지만 구단 사상 최초로 30홈런-100타점-100득점을 성공시킨 외인이다. 나지완도 올 시즌 부활의 고개를 들었다. 나지완이 빠지면 장타력이 감소될 우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원준을 다른 포지션에 활용하려면 터커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1루수로 전환해야 한다. 이번 시즌 1루수에는 주로 유민상, 백업 황대인이 나섰지만, 만족할 만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1루 수비는 특수 포지션으로 여길만큼 중요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터커에게 맡길 경우 부단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그림이 이창진과 최원준을 외야 수비로 함께 활용할 수 있고, 터커의 체력안배도 시켜줄 수 있는 묘안이 될 수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