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또다시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승헌이 투구 도중 부상으로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 했다. 이승헌은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1⅔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2회초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NC 나성범과 마주한 이승헌은 2개의 볼을 던진 뒤 오른손을 심각한 표정으로 들여다봤다. 벤치에서 트레이너가 급히 마운드에 올랐고, 노병오 투수 코치도 뒤를 따랐다. 점검 결과 더 이상 투구가 불가능하다는 'X' 사인이 벤치로 향했고, 이승헌은 아쉽게 마운드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이승헌의 2020시즌 마지막 순간은 5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49개의 공을 던지는 데 그치며 아쉽게 마무리 됐다. 롯데 관계자는 "이승헌이 투구 중 오른손 검지 피부가 벗겨지는 찰과상을 했으며,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했다"고 밝혔다.
이승헌의 올 시즌 출발도 부상이었다. 첫 1군 등판이었던 5월 1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호투를 이어가던 도중 정진호가 친 타구에 머리를 직격 당하면서 두부 미세골절 및 미세 출혈 진단을 받았다. 부상 전 1군 첫 등판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기에 더 아쉽고 걱정스런 부상이었다.
4개월 간의 재활 및 재정비 기간을 거쳐 9월 20일 NC전에서 다시 1군 마운드에 선 이승헌은 4⅔이닝 6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지만, 이후 3연승을 거두면서 기대에 부응했다. 1m96의 장신으로 최고 150㎞의 타점 높은 직구를 뿌리는 투구가 경쟁력을 발휘했다. 올 초 미국 드라이브라인에서 투구 디자인을 다듬은 후 기량이 완연히 상승했다는 평가. 이를 통해 미래 롯데 마운드를 책임질 투수로 발돋움 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2군에서 이승헌 같은 투수가 더 나와야 한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이승헌은 새 시즌 선발 경쟁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 시즌 경험이 여전히 국내 선발진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 마운드의 갈증을 풀어줄 것으로 꼽히고 있다. 이승헌에게 시즌 최종전인 NC전은 이런 기대가 틀리지 않음을 증명해야 할 무대였다. 하지만 부상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