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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우승] '무명→코치만 15년' 막내 이동욱의 깜짝 반전, 어떻게 NC를 우승으로 이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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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선수민 기자] 2019시즌을 앞둔 NC 다이노스의 선택은 파격이었다. 신임 감독으로 무명에 가까운 이동욱 수비코치(46)를 선임했다.

물음표가 가득했지만, 이동욱 감독은 2년 만에 팀을 정규시즌 정상에 올려놓았다. NC는 지난 24일 창원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연장 12회말 3대3 무승부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2013년 1군에 합류한 지 8시즌만의 쾌거다. 한 편의 반전 드라마다.

빠르게 강팀 반열에 올라선 NC는 2018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초창기부터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을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이 사퇴했다. 당시 NC는 스카우트 출신의 유영준 전 단장을 감독 대행으로 앉히는 파격을 택했다. 본격적인 '프런트 야구'의 시작이 아니냐는 의문이 생겼다. 그해 NC는 창단 이후 처음 최하위에 머물렀다.

반등이 필요한 시점, NC는 2018년 말 이동욱 감독을 깜짝 선임했다. 선수단 내 신망이 두터웠지만, 잘 알려진 지도자는 아니었다. 1997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데뷔한 이 감독은 선수로 성공하지 못했다. 2003년까지 통산 14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2푼1리, 5홈런, 26타점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일찍 은퇴해 만 30세의 이른 나이에 지도자의 길로 접어 들었다. 롯데에서 2군 수비코치와 전력분석원, LG 트윈스에서 2군 수비코치를 역임했다.

이후 NC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갔다. 2012시즌을 앞두고 김경문 감독의 부름을 받아 NC 수비코치로 활약했다. 수비코치를 맡으면서 현재 주전으로 올라선 내야수들을 여럿 키웠고, 공부하는 지도자로 이름을 알렸다. 누구보다 데이터를 적극 활용했다. NC는 2013~2016년 팀 수비효율(DER) 1위에 올랐다. 이 감독의 지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선수들에게는 '큰 형'과 같은 존재였다. NC는 이런 점들을 높게 사면서 지휘봉까지 맡겼다. 이 감독 영입과 함께 NC는 본격적인 '데이터 야구'의 시작을 알렸다.

실제로 이 감독은 선수의 기량이나 좋아진 점을 설명할 때, 수치를 자주 언급한다. 활약 중인 투수의 릴리스포인트나 회전수를 꼼꼼하게 체크한다. 출루율 기반으로 2번 타자를 세우는 등 라인업 구상에도 데이터 분석이 빠지지 않는다. 일례로 올해 기량이 만개한 강진성은 다리를 드는 '레그킥'에서 다리를 바닥에 두고 치는 '토스텝'으로 타격폼을 바꿨다. 불안한 선수의 마음을 데이터로 설득시켰다. 수비에서도 적극적인 시프트를 활용해 효율을 높였다. 단숨에 NC는 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갖출 수 있었다.

소통에도 능한 지도자다. 창단 멤버들과의 유대감을 바탕으로 끊임 없이 소통한다. 누구보다 선수를 잘 알고 있으며, 선수 얘기에는 늘 신중하다. 인터뷰 중에는 부진한 선수를 감싸고, 불필요한 말은 최대한 하지 않는다. 특정 선수보다는 팀을 부각시킨다. 감독보다는 선수가 주목받기를 원했다.

코치에서 감독이 됐지만, 스스럼없이 선수들과 어울린다. 오랜 기간 함께 해온 박민우는 "감독님의 가장 큰 장점은 큰 형처럼 친근하다는 것이다. 코치 시절에도 편하게 대해주시고, 고민에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감독 역할이 코치와 다르기 때문에 그 전과 똑같이 하실 수는 없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신다"면서 "전반적으로 팀에 영향을 끼치신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모든 면에서 감독님 스타일 대로 이끌어주신다"고 말했다.

나성범 역시 "선수들과 오랫동안 같이 해와서 선수를 너무 잘 알고, 편안하게 대해주신다. 올 시즌 힘든 순간마다 여러 번 감독님의 역할을 느꼈다. 위기 상황에서 그 역할이 더 중요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2년째 함께 한 주장 양의지는 "사랑의 리더십이라고 하고 싶다. 선수들을 믿어주고, 사랑으로 대해주신다"고 했다.

이 감독은 "감독은 하늘에서 찍어주는 자리고, 아무나 될 수 없다고 하더라. 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전임 김경문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많이 배웠다"면서 "잘하는 선수들을 잘 돌아가게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믿음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자율을 준 이유는 책임감을 가지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선수 생각도 많이 들어줬다. 감독이 야구를 할 수 없다. 결국 선수가 주가 되어야 하고, 야구장에서 해내야 한다. 코치, 선수, 프런트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고, 타이밍도 좋았다"며 정규시즌 우승 소감을 밝혔다.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