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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활짝' WKBL, 새로운 부흥기 신호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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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결말이 뻔한 소설이나 영화는 재미가 없다. 팽팽한 긴장감과 짜릿한 반전이 있어야 제법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게 마련이다. 프로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늘 이기는 팀이 이기고, 우승하는 팀만 우승하는 리그는 팬들의 사랑을 받기 쉽지 않다. 아쉽게도 한국 여자프로농구(WKBL)는 지난 10여 년간 이런 분위기였다. 하나의 '절대강자'가 나타나 한동안 리그를 휩쓸어버리는 양상이었다. 점점 팬들이 흥미를 잃어갔다.

하지만 2020~2021시즌에는 좀 다른 분위기로 리그가 전개될 듯 하다. 시즌 초반 서로 물고 물리는 혼전 양상이 나타나며 모처럼 리그에 긴장감이 가득찼다. 이른바 '절대강자'가 사라지고, 강호에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아직 1라운드가 채 끝나지 않았지만, 최근 수 년이래 가장 흥미로운 접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사실 WKBL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몇몇 절대강자가 한 동안 우승을 독식해왔다. '~왕조'라는 타이틀이 자연스럽게 시대를 구분짓는 키워드가 됐다. 2007 겨울리그부터 당시 임달식 감독이 이끌던 신한은행이 독주했다. '신한은행 왕조'는 2012~2013시즌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이 우승하기 전까지 이어졌다. 이어 우리은행의 전성시대가 6년간 이어졌다.

2018~2019시즌에 '7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하던 우리은행을 저지한 팀이 안덕수 감독이 이끄는 KB스타즈였다. 박지수와 카일라 쏜튼을 앞세워 우리은행을 격침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시즌에 2연속 우승을 꿈꿨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리그가 조기 종료되며 그 꿈은 무산됐다.

어쨌든 2000년대 중후반 이후 리그 우승은 3개팀이 번갈아가며 차지해온 셈이다. 그간 나머지 구단들은 냉정히 말해 '들러리 역할'에 그쳤을 뿐이다. 보통 2개 많아야 3개팀이 승률 5할을 넘었고, 나머지는 잘해봐야 3할대였다. 1할대에 그치며 다른 팀에게 '승리 자판기' 역할을 해온 팀도 있었다. 그래서 매 시즌 전력 불균형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일단 이번 시즌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조기 종료된 지난해 1위팀 우리은행이 22일 현재 3승1패로 선두이긴 해도, 완전히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다. 지난 15일에는 신한은행에 61대73으로 덜미를 잡혔다. 2위 신한은행은 '대어' 우리은행을 잡았지만, KB스타즈에 25점차로 졌다. KB스타즈는 개막 2연패(우리은행, BNK)로 휘청이다가 신한은행전 승리로 다시 기운을 내고 있다.

삼성생명, BNK, 하나원큐도 승리와 패배를 주고받으며 리그를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일단 초반 분위기는 '가위바위보' 양상이다. 가장 이상적인 리그 스타트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경기수가 쌓이면 서서히 팀간 승차가 벌어질 것이다.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 시기가 천천히 올수록 리그는 좀 더 활기차게 돌아갈 수 있다. 10여년 만에 WKBL에 긴장감이 흐른다. 관중 입장 허용을 앞두고 상당한 호재라고 볼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