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아까 키케랑 세리머니하다가 어깨가 빠졌다. 아직도 좀 통증이 있다."
월드시리즈에 입성하는 한방이었다. 7차전에 걸친 시리즈의 승부를 결정짓고, 1승3패로 밀리던 시리즈를 뒤집는 순간이었다. 흥분이 머리카락 한올한올 솟아오를 만도 하다.
하지만 세리머니를 하다 부상을 입으면 곤란하다. 코디 벨린저는 19일(한국 시각)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7차전 7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불펜투수 크리스 마틴의 공을 통타, 글로브 라이프 필드 오른쪽 관중석에 꽂았다.
치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벨린저는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며 천천히 1루로 걸어가는 인상적인 세리머니도 선보였다. LA다저스의 4대3 승리,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끈 결정적 한방이었다.
하지만 벨린저는 경기 후 MLB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어깨가 탈구됐었다"고 고백했다. 홈런을 친 후 키케 에르난데스와 격한 '팔뚝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과정에서 어깨가 빠졌다는 것. 1회 대타 홈런을 때린 뒤 경기내내 달아올라있던 에르난데스의 텐션이 과했다. 방송 카메라에도 벨린저가 어깨를 만지는 모습, 이후 에르난데스에게 '팝 아웃(popped out)'이라고 대화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벨린저는 다음 수비 이닝에 앞서 팀 닥터로부터 조치를 받았다. 벨린저는 "원래 습관성 탈구 증상이 있다. 빠르게 맞췄기 때문에 수비하는데 별 문제는 없었다"면서도 "아직 통증이 좀 있다. 다음번에 '팔뚝 파이브'를 할 때는 왼팔로 해야겠다"며 웃었다. 벨린저는 지난해 오른쪽 어깨 부상을 당한 바 있어 더욱 조심스러운 것.
홈런 세리머니를 하다 흥분을 못 이겨 부상당하는 것은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켄드리 모랄레스(뉴욕 양키스)는 LA 에인절스 소속이던 2010년 5월 29일, 빅리그 데뷔 첫 끝내기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장식한 뒤 홈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격하게 점프를 했다. 하지만 착지 과정에서 동료의 발을 밟아 넘어졌고, 발목이 골절돼 두 시즌을 날려야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18년 5월 두산 베어스는 SK 와이번스 전에서 김재환의 끝내기 투런홈런으로 승리를 거뒀다. 격하게 환호하던 두산 선수들 중 박건우가 갑자기 뒤통수를 맞고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는 사고가 있었다.
벨린저는 2017년 NL 신인왕, 2018 NLCS MVP, 2019 NL MVP까지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는 다저스의 수퍼스타다. 다저스는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로 1988년 이후 32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벨린저는 이제 월드시리즈 MVP를 꿈꾸고 있다.
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