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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죽다 살아난 박준혁 "다행히 내 실수가 팀이 하나가 된 계기가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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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내 실수가 다행히 팀이 하나가 된 계기가 됐다."

박준혁(전남)의 말이었다. 전남 드래곤즈가 수원FC를 꺾고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전남은 1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25라운드에서 후반 44분 터진 박찬용의 결승골로 4대3으로 이겼다. 2연승에 성공한 전남은 승점 36으로 6위에서 단숨에 3위까지 점프했다.

경기는 역대급 난타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양 팀은 자책골로 이른 시간 한골씩을 주고 받았다. 수원FC는 전반 30초 이지훈이 오른쪽에서 찔러준 볼을 안병준이 잡았고, 지체없이 크로스 한 볼이 전남 수비수 박찬용 맞고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전남이 반격에 나섰다. 전반 12분 이유현이 오버래핑하며 땅볼 크로스한 볼이 이종호를 스쳐 지나갔고, 뒤따라 오던 수원FC 수비수 이지훈 맞고 들어갔다.

이후 안병준의 헤더가 골대를 맞고 나오고 이유현의 슈팅이 슈퍼세이브에 막히는 등 공방을 이어가던 경기는 전남쪽으로 기울어졌다. 전반 26분 에르난데스가 오른쪽에서 올려준 코너킥이 골키퍼 손을 넘었고, 이를 황기욱이 머리로 밀어넣으며 승부를 뒤집었다. 28분에는 에르난데스, 추정호로 이어진 빠른 역습을 이후권이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추가골까지 넣었다.

하지만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박준혁이 씬스틸러로 등장했다. 전반 31분 백패스를 받은 박준혁이 트래핑 실수를 범했다. 이를 라스가 가로채 밀어넣으며 추격했다. 35분 박준혁이 또 한번의 실수를 저질렀다. 백패스를 받았지만 트래핑이 길었고, 이를 라스가 다시 가로챘다. 라스의 패스를 받은 마사의 슈팅이 전남 수비를 맞고 나왔지만, 주심은 라스를 향한 박준혁의 무리한 태클을 소급 적용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안병준이 이를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안병준의 시즌 18호골이자 올 시즌 전구단 상대 득점이었다.

하지만 박준혁은 절치부심했고, 후반 막판 박찬용의 결승골이 터지며 전남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박준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태어나서 처음 하는 경기였다"고 자책했다. 그는 "전날 다른 팀들의 결과가 나와서 이기면 3위까지 갈 수 있는 기회였다. 중요한 경기라는 생각에 힘이 들어갔던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경기였다"고 했다. 이어 "전반 끝나고 안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괜찮다고 그동안 잘했으니까 우리가 도와줄거라고 격려해줘서 후반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박준혁은 원래 발기술이 좋은 선수다. 그는 "원래 좋지는 않았는데 많이 연습하고 하다보니 좋아졌는데 오늘 미스가 있어서 아쉽다"고 했다. 마지막 득점이 터졌을때는 "좋다기 보다는, 좋기도 한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팀이 나가는 방향에서 도움이 돼야 하는데 미스 때문에 안좋을 수 있었는데 다행이다"고 웃었다. 경기 끝난 후 박준혁은 "애들은 즐겁게 경기한 것 같다. 올해 들어서 팀 동료들은 경기 오랜만에 재밌다고 걱정 말라고 자기들이 골을 넣어줄거라고 했다. 내 실수가 팀이 하나가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수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