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가을 야구 경험은 우리 선수들이 많다."
두산 베어스의 '위닝 멘탈리티'는 올해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2위부터 5위까지, 네 팀이 3경기 미만 차이로 순위 경쟁을 벌이는 역대급 시즌이다. 하지만 '늦었지만 지금부터 올라가겠다'며 똘똘 뭉친 두산에겐 믿는 구석이 있다. '가을야구 DNA'다.
김태형 감독은 14일 한화 이글스 전을 앞두고 "유불리를 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우리 선수들이 가을야구 경험은 다른 팀들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미소지었다. 포스트시즌 경쟁에 대해 조심스럽게 자신감을 드러낸 것.
팀의 중추 전력에는 자신이 있다. 페르난데스를 비롯해 김재환 허경민 최주환 오재일 박건우 박세혁 등으로 구성된 타선에는 물샐틈이 없다.
투수진의 핵심은 두 외국인 선수다. 김태형 감독은 라울 알칸타라-크리스 플렉센과 내년에도 함께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알칸타라에 대해서는 "나이도 어리고 부상도 없다. 직구도 좋지만 변화구나 제구력도 발전했다. 1선발 에이스다. 본인이 다른데 가지 않는 이상 재계약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플렉센에겐 "부상이 있었지만, 이만한 투수를 구하기 쉽지 않다. 내년에도 함께 하고 싶다"고 칭찬했다. 아직 정규시즌이 2주 가량 남아있음을 감안하면 이 같은 태도는 이례적이다.
두산은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품에 안았던 '디펜딩챔피언'이다. 지난 2015년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이래 정규시즌 순위는 1-1-2-2-1. 5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고, 순위표 맨 위를 맴돌며 '왕조'의 커리어를 쌓았다. 반면 창단 첫 가을야구를 꿈꾸는 KT 위즈는 물론, NC 다이노스,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 역시 두산에 비하면 챔피언을 두고 겨뤄본 경험이 부족하다.
특히 김재환과 유희관을 중심으로 한 주요 선수들이 김태형 감독과 동고동락해온 끈끈한 팀 컬러가 최대 강점이다. 이승진 홍건희처럼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영입된 선수들도 빠르게 녹아들며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한다. 두산이 김현수 양의지 민병헌 등 팀을 대표하던 수퍼스타들 떠나보낸 뒤에도 여전히 리그 최고의 팀으로 군림하는데는 이같은 김태형 감독의 카리스마가 큰 역할을 했다.
정규시즌 대부분의 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렀지만, 막바지 관중 입장이 이뤄진 것도 변수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KBO리그 포스트시즌이 펼쳐지는 11월에는 관중 입장을 수용인원의 50%까지 늘리는 계획도 추진중이다. 그렇다면 고척돔은 8000명, 잠실구장은 1만명 이상의 팬들이 입장해 경기를 지켜보게 된다. 1년 내내 겪어온 '조용한' 야구장과는 사뭇 다른 뜨거운 분위기 역시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두산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경험을 더해줄 베테랑들의 합류도 예정돼있다. 이날 오재원이 1군에 합류했고, 15일에는 유희관이 선발로 출격한다. 오재원은 최주환-김재호-허경민으로 구성된 내야진의 뒤를 받치는 대수비-대주자 요원, 유희관은 알칸타라-플렉센-최원준을 잇는 4선발로 나설 수 있다.
2010년대 초반의 지배자가 삼성 라이온즈라면, 후반은 단연 두산이다. 어느덧 '두산의 계절' 가을이 가까워지고 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