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고아성이 여성 영화의 발전에 대해 반가워 했다.
1995년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종필 감독, 더 램프㈜ 제작). 극중 이자영 역을 맡은 고아성이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해 개봉한 '항거: 유관순 이야기'로 죽음과 열사로 박제된 유관순 열사를 옥중에서의 삶을 살아간 인간으로 되살려내 호평과 관객의 극찬을 이끌어냈던 고아성. 그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는 언뜻 평범해보이지만 옳고 그름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자신의 신념과 정직함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주체적 여성의 모습을 다시 한번 그려낸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자영은 삼진전자 생산관리 3부의 상고출신 8년차 사원. 대졸 대리보다 더 뛰어난 업무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고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토익 점수 600점을 넘으면 고졸 출신이라도 대리로 진급할 수 있다는 공고를 보고 영어공부에 매진하던 중 공장의 폐수 무단 방류 현장을 목격하고, 또 다른 고졸 출신 회사 동료 유나(이솜), 보람(박혜수)와 함께 회사가 덮으려는 이 사건을 파헤치기로 마음 먹는다.
이날 고아성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비롯해 여성 서사 영화가 많아진 영화계 분위기를 반겼다. "3~4년 전에는 정말 여성이 유의미하게 나오는 영화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정말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여성 캐릭터가 없다는 불만은 못할 것 같다"라며 "많은 제작자분들과 관계자분들이 노력을 하고 계시고, 이제 저희의 작품은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드는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글면서 "배우로서 제가 가지는 바람은, 여성이 선두에 서서 승리하는 작품만을 원하는 건 아니다. 제가 원하는 건 여성 캐릭터가 유의미하게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걸 원하는 거다. 꼭 제가 출연하는 작품이 아니더라도, 항상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다. 시나리오를 보더라도,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얼마나 입체적으로 그려질 수 있을까 보는 편이다"고 말했다.
세 여성이 중심이 돼 진행되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그럼에도 고아성은 이 영화가 '여성 영화'라는 카테고리에 국한되는 작품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저희 영화를 여성 영화라고 강조하기에는 김원해 선배님, 조현철 씨 등 정말 훌륭한 남성 배우분들이 많이 나온다. 여성영화라고만 한다면 그분들의 노력이 지워지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다. 특히 김원해 선배님은 자영 캐릭터를 만드는데도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주셨다. 예를 들어 전화를 받을 때 꼭 왼손으로 전화를 받아라. 그 당시 일하시던 분들은 모두 왼손으로 전화를 받고 오른손으로 메모 펜을 잡았다는 등 조언을 많이 주셨다"고 전했다.
한편,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전국노래자랑'(2013), '도리화가'(2015)를 연출한 이종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아성, 이솜, 박혜수, 김원해, 박근형, 백현진, 데이비드 맥기니스, 조현철, 이성욱 등이 출연한다. 21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