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파울만 아니면 올해 20-20(홈런-도루) 했을 텐데." 잠시 웃음의 파도가 스치고 지나갔다. 김재환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진지한데요?"
'잠실 거포' 두산 베어스 김재환이 뜻밖의 '도루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잠실의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 8월 18일 이후 약 2개월만에 관중 입장이 재개된 13일, 두산은 한화 이글스에 5대0 완승을 거뒀다. 김재환은 이날 선제 적시타 포함 2안타 2타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라울 알칸타라는 7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한화 타선을 잠재웠다.
이날 잠실을 찾은 팬들은 평소와는 달리 평범한 타구에도 목청껏 환호하며 야구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재환은 "승리는 항상 좋지만, 특히 오늘은 팬들 앞에서 이겨서 더 기쁘다"면서 "아마 오랜만이라서 더 재미있게 보신 것 같다. 관중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선수들은 팬들의 응원에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며 미소지었다.
김재환의 올시즌 성적은 타율 2할7푼1리 27홈런 10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57. 나쁘진 않지만 김재환의 2016~2018년 리그를 호령하던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래도 10월 들어 타율 3할1푼7리, OPS 1.079로 부진을 벗어던지고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김재환은 "훌륭한 동료들이 많은 찬스를 만들어줬는데, 해결을 못해줬다"며 그간의 마음고생도 내비쳤다. 이어 "내 장타도 좋지만, 좋은 타자들에게 기회를 연결해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올시즌 김재환은 도루 6개를 기록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시도중이다. 2016년(8개) 이후 최다 도루인데, 성공률이 100%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김재환은 "김민재-고영민 코치님 덕분이다. 도루하기 좋은 타이밍을 잘 알려주신다. 덕분에 도루 성공률이 100%다. 내 발을 너무 믿으시는 것 같기도 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올해 파울만 없었어도 20-20 가입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재환의 도루는 전적으로 두 코치의 사인에 의해 이뤄진다. 타자의 타격은 자율에 맡긴다. 때문에 김재환이 좋은 타이밍에 출발했음에도 후속 타자들이 파울을 치거나, 안타를 려내 도루로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김재환은 취재진의 웃음에 "진지하게 하는 말이다. 김민재 코치님이 믿어준 신뢰"라며 "우리 팀 말곤 내가 올시즌 적극적으로 뛴다는 걸 모르니까 견제가 덜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키움을 제치고 4위로 뛰어올랐다. 2위 KT 위즈와는 2경기 차이다.
김재환은 "시즌 마지막까지 더 집중하겠다. 잘하려는 욕심이 많아 성적이 좋지 않았다. 더 많은 경기에서 이기고 싶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올라가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