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13년 동안 규정 이닝을 던져본 적이 한번도 없다. 공들여 준비했다. 올시즌 목표는 선발로 풀시즌, 규정이닝 소화다."
이적 후 첫해,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고향팀, 약속받은 선발 한자리. 여러모로 의미 깊은 시즌이었다. 장시환은 지난겨울 올해 목표를 묻는 질문에 승수나 평균자책점을 말하지 않았다. '규정 이닝'만을 거듭 강조했다. "선발 풀타임으로 규정 이닝만큼 던질 수 있다면, 다른 기록은 따라올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였다.
하지만 규정 이닝(144이닝)을 눈앞에 두고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 10월 9일 키움 히어로즈 전을 마지막으로 시즌 아웃을 선언했다.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 대행은 13일 "장시환이 시즌을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규정 이닝 달성에 대한 의지로 버텨왔지만, 올 시즌 내내 자신을 괴롭혀온 뼛조각으로 인한 통증이 너무 심해졌다. 결국 팔꿈치 속 뼛조각, 그리고 올 시즌과 작별을 고했다.
장시환은 지난해 11월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마음고생 많았던 올 시즌, 팀을 든든하게 지탱해준 토종 에이스였다. 총 26경기에 선발 등판, 132⅔이닝을 소화했다. 2007년 프로 데뷔 이래 생애 최다 이닝이다. 규정이닝까지 11⅓이닝만을 남겨둔 시점이라 더욱 안타깝다.
외국인 선수 워윅 서폴드를 제외하면 한화에서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기록중이었다. 최 대행은 "한시즌 25경기 이상이면 선발로서 자기 역할은 다한 셈이다. 6월 중순 열흘간 빠진 것 외엔 계속 선발로 뛰었다. 상당히 잘했다"며 아쉬워했다.
평균자책점은 5.02로 다소 높았지만, 퀄리티스타트(QS, 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11번을 기록할 만큼 고점이 높았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스포츠투아이 기준) 1.16 또한 지난해(1.35)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33세의 적지 않은 나이, 어린 선수가 많은 한화 투수진의 중심축 역할도 그의 몫이었다. 선배 정우람과 안영명이 불펜투수임을 감안하면, 장시환의 역할이 컸다.
최 대행은 "어제 검진을 받았고, 이번 주 안에 수술할 예정"이라며 "단순한 뼛조각 제거 수술이다. 내년 시즌 개막 이전까지 복귀할 수 있다. 재활 기간이 충분하고,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라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장시환이 빠진 자리에는 고졸 2년차 오동욱과 대졸 신인 장웅정이 후보다. 다만 장웅정은 아직 정식 선수로 등록되지 않은 상황이라 기용에 제약이 따르는 상황이다. 앞서 고관절 부상으로 이탈했던 김범수는 올시즌 마지막 1군 경기인 10월 30일 KT 위즈 전에 맞춰 복귀할 예정이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