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분명히 동기부여가 크게 된다고 봐요."
'2020~2021 KB국민은행 Liiv M 여자 프로농구'는 한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이미 국내 모든 프로스포츠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외국인 선수 제도를 없애고 국내 선수로만 시즌을 치르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외국인 선수 수급 및 관리가 어려운 상황에서의 고육지책이었다. 2011~2012시즌 이후 9년 만에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이 진행된다.
아직 그 효과나 부작용 등에 관해 명확히 진단할 순 없다. 개막 후 겨우 2경기 치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 '좋다' 혹은 '나쁘다'를 말하는 건 시기상조임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선수들의 반응이나 현장의 분위기가 전과 다르다는 점은 명확한 팩트다. 그 변화가 시즌 초반 어쩌면 긍정적인 효과를 WKBL에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난 11일 용인 실내체육관에서는 개막 후 두 번째 경기로 용인 삼성생명과 부산 BNK 썸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생명의 홈 개막전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WKBL에서 보기 드물게 많은 득점이 나왔다. 결국 홈팀 삼성생명의 역전승으로 끝났는데, 최종스코어는 97대87이었다. 삼성생명이 경기 막판에 좀 더 득점에 집중했다면 세 자릿수 득점까지도 노려볼 만했다. 승부의 추가 경기 후반 이미 기울어 굳이 득점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간 각 팀의 주득점원이자 리그 전체의 득점을 책임지던 외국인 선수가 없음에도 이런 다득점이 나왔다는 점은 꽤 의미가 있다. 당연히 경기 흐름도 이전에 비해 더 빠르고 '다이나믹'했다. 물론 다득점의 이면에는 적극적으로 붙지 못한 양팀의 수비도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이 더 많이 뛰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한 것도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경기 스타일이 외국인 선수가 있을 때와는 달라진 듯 하다.
국내 선수들의 의욕도 살아나고 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지난 오프시즌에서 FA보상선수로 하나원큐에서 삼성생명으로 이적한 김단비였다. 김단비는 이날 3점슛 6개를 포함해 29득점을 기록했는데, 둘 다 자신의 데뷔 후 최다 기록이다. 외국인 선수가 있을 때는 주로 식스맨 역할을 하던 김단비가 주전 자리를 꿰차며 많은 공격권을 갖게 되면서 생긴 결과다.
김단비는 "확실히 외국인 선수가 없으니 국내 선수들의 비중이 커지고, 그러다보니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물론 장단점이 다 있다. 수비는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선수들 사이에서 '내가 나갈 수도 있다. 이제는 기회가 생기겠구나' 하는 식으로 동기부여가 된다. 그러니까 더 의욕이 생기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든다"고 말했다. WKBL의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