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생애 세 번째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다."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가 KBO리그 첫 완투 및 완봉 역투를 펼치며 시즌 막판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켈리는 9일 잠실서 열린 선두 NC 다이노스와의 홈게임에 선발등판해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타이인 9이닝 동안 2안타 4사구 4개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펼쳤다. 켈리의 완봉 호투를 앞세운 LG는 4대0으로 승리했다.
종전 켈리의 한 경기 최다이닝은 8이닝으로 지난해 두 번 있었다. 지난해 4월 11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8이닝 4안타 2실점 승)과 7월 14일 잠실 삼성전(8이닝 2안타 무실점 승)이었다. 그리고 이날 마침내 KBO리그 완봉승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시즌 평균자책점을 3.54에서 3.35로 낮춘 켈리는 6연승과 함께 시즌 13승을 달성했다.
투구수는 112개였고, 볼넷 1개와 사구 3개, 탈삼진 6개를 각각 기록했다. 9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자범퇴를 5차례 가져가는 등 시종 안정적인 투구로 NC 타자들을 압도했다.
1회초 2사후 박민우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양의지를 초구 145㎞ 직구로 2루수 뜬공으로 제압했다. 2회에도 1사후 박석민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뒤 노진혁과 알테어를 각각 2루수 플라이, 삼진으로 처리하며 가볍게 이닝을 마쳤다.
3-0으로 앞선 3회에는 11개의 공을 던져 첫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4회 1사 1,2루의 위기도 실점없이 넘겼다. 선두 박민우를 사구로 내보내고 양의지를 땅볼로 유도해 선행주자를 잡은 켈리는 나성범을 맞혀 1사 1,2루에 몰렸다. 그러나 박석민을 149㎞ 투심으로 땅볼로 유도하면서 3루수 병살타로 처리했다.
5회부터는 신들린 듯한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하며 삼자범퇴 퍼레이드를 펼쳤다. 140㎞대 중후반의 직구와 투심, 커브, 체인지업 등 자신의 모든 구종을 자신있게 뿌리며 5~8회, 5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틀어막았다. 공격적인 스트라이크존 공략과 좌우 코너워크에 NC 타자들은 타이밍을 전혀 잡지 못했다.
투구수 92개 상황에서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켈리는 1사후 권희동과 박민우를 각각 볼넷과 사구로 내보내 1,2루에 몰렸지만, 양의지를 우익수 뜬공, 나성범을 삼진처리하며 포효했다.
경기 후 켈리는 "8회 끝나고 투구수가 괜찮아서 9회도 나갈 수 있겠다 싶어 완봉 욕심이 있었다. 시즌 동안 안 좋았던 걸 만회하고 싶었고, 내일 더블헤더를 하기 때문에 불펜진을 쉬게 해주고도 싶었다"고 소감을 밝힌 뒤 9회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솔직히 무서웠다. 양의지 선수가 나한테 수치상으로 홈런과 안타를 많이 쳐 염려가 됐다. 하지만 운좋게 아웃시킬 수 있었고, 이후로도 경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글로 '케이시 켈리'라고 적혀 있는 자신의 글러브에 대해 "거짓말하고 싶지 않다. 오늘이 한글날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때문에 오늘 특별히 낀 건 아니다. 며칠 전부터 끼고 있었다"며 웃은 뒤 "미국에서 7이닝 완봉한 적은 있지만 9이닝은 처음이다.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경기가 미국에서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을 때, 작년에 KBO리그 데뷔전 그리고 오늘 완봉승이 될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켈리는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는 차우찬과 윌슨에 대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두 선수가 없다고 해서 내가 더 책임감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해왔던대로 해야 한다. 다른 부담을 가지면 더 집중하기 힘들다"면서도 "윌슨과 차우찬이 빨리 돌아오길 바란다. 보고 싶다"고 전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