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의 2020 시즌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중요해진 시점. 외인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명의 거취, 3인3색이다.
일단 칼자루는 구단이 쥘 공산이 크다.
해외에서 더 심각한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외인 선수들의 선택지가 좁아졌다. 미국과 일본 시장이 여유롭지 못하다. 가능하면 적응되고, 안정된 KBO리그에서 계속 뛰는 편이 최선일 수 있다.
뷰캐넌과 팔카의 거취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아 보인다.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31)은 파란불이다.
14승6패, 3.67의 평균자책점. 벌써 25경기, 161⅔이닝을 소화했다. 삼성 선발 투수 중 시즌 내내 제 역할을 100% 해주고 있는 유일한 투수다. 구단 역사상 외인 시즌 최다승도 눈 앞이다. 1승만 추가하면 1998년 스콧 베이커가 기록한 삼성 외인 최다승 15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뷰캐넌의 개인 사정만 아니라면 재계약은 당연한 수순이다. 유일한 걱정은 올 시즌 '너무 많은 공을 던졌다'는 사실 뿐이다.
반면, 외인 타자 다니엘 팔카(29)는 빨간불이다.
시즌 막판 드라마틱한 반전이 없다면 재계약은 난망해 보인다.
37경기 타율 0.200. 6홈런, 17타점. 힘은 충분하지만 컨택이 문제다.
덮어치는 스윙 궤적을 극복하지 못하다 보니 코스 약점이 뚜렷하다. 정타가 드물고 세게 쳐도 깎여맞기 일쑤다.
장타를 뽑아낼 수 있는 코스가 매우 한정적이다.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더 이상 겁나는 타자가 아니다. 코스 실투만 없으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수월한 상대일 뿐이다.
하루하루 잔여 경기가 줄어들면서 조바심 까지 내고 있다. 변화구 유인구에 속절없이 배트를 내고 있다. 시즌 막판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1루와 외야 수비마저 평균 이하라 잔류 확률은 더욱 희박하다.
삼성에 가장 큰 고민을 안길 선수는 투수 벤 라이블리(28)다.
야심차게 시작한 첫 풀시즌. 옆구리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시즌 초 이탈해 두달 간 재활에 몰두했다.
7월18일 돌아왔지만 8월 말까지 정상 페이스를 회복하지 못했다. 두달 공백을 만회하려 과욕을 부리면서 스텝이 더 꼬였다. 8월 말까지 만 해도 재계약은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9월 부터 반전투를 선보이고 있다. 9월 이후 6경기 2승무패, 평균자책점 1.80. 단 1경기를 제외한 5경기에서 모두 '7이닝 이상, 2실점 이내'로 틀어막았다. 무실점 경기도 2차례나 된다. 지난달 24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7이닝 노히트 무실점 경기까지 펼쳤다. 타선 지원만 있었다면 2승 정도는 더 추가할 수 있었다.
7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삼성 허삼영 감독은 9월 들어 확 달라진 라이블리에 대해 "마운드에서 자제력이 좋아졌다"며 "7~8월에는 작은 실수에도 흥분하는 모습이 있었다. 지금은 수비 실책에도 평정심을 빨리 찾는 것 같다"고 긍정 평가했다.
선수 본인의 KBO 리그 잔류 의지는 확고하다. 허삼영 감독은 "라이블리가 내년에서도 여기서 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와 힘 있는 구위, 한국 야구에의 적응 등을 고려하면 선뜻 바꾸기는 아까운 카드다.
다만, '부상 관리도 실력'이란 측면에서 풀 시즌을 소화할 수 있는 내구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