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에디터로서 누군가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주는 건 참 반가운 일이다. 싱어송라이터 백아연과의 촬영이 유독 그랬다. 처음 화보 기획을 맡았을 때 단순히 떠올렸던 그의 이미지는 '청순함'과 '깨끗함'에 가까웠지만 이번 촬영에서는 조금 더 특별한 분위기와 움직임을 담아보기로 했다.
그에 대한 백아연의 응답은 놀랄 만큼이나 다채로웠다. 한낮의 침대 위에서도 자유롭게 거닐었으며, 모노톤 배경을 등지고 정교하고도 명확한 실루엣을 그려나갔다. 새 둥지를 찾고 '썸 타긴 뭘 타'로 산뜻한 출발을 시작한 백아연, 작고 차분한 목소리지만 그 안의 울림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데뷔 8주년 기념사진을 올린 그. 자신의 첫 방송 무대였던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 스타'에 대해서 "사실 재작년까지는 'K팝 스타'에 대한 기억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 영상을 봐야 기억이 난다"라며 "그럴 때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게 실감 난다"라고 답했다.
이어 냉혹한 가요계에서 그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팬들이 정말 오랜 시간 묵묵히 기다려준다"라며 "내 목소리가 한결같아서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 목소리가 가수로서 자존감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물어보자 "당연히 끼친다고 생각한다"라며 "오디션에 지원할 당시에는 내 목소리가 그저 평범하고 특색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부분을 매력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놀랐다"라고 말하기도.
2019년 MBC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에서는 참가 소감으로 '이제야 나를 찾아가는 느낌'이라고 답했던 그. 1년이 지난 지금, 어떤 부분이 달라졌을까. 이에 대해 그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라며 "내가 원래 감정 표현을 정말 안 하는 스타일이지만 요즘에는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표현하고 있다"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그런 백아연에게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자 그는 '애교부리는 것'을 꼽으며 "평소에는 그런 애교 섞인 말을 절대 안 하는 편이라 소화하기 정말 힘들다"라고 웃으면 말했다.
소속사를 옮기고 1년 6개월 만에 보여줬던 '썸 타긴 뭘 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백아연은 "그동안 의상과 메이크업이 러블리하거나 청순한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지금 내 나이의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라며 "이전처럼 사랑에 실패한 감정이 아닌 조금 더 씩씩한 그런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전 소속사 JYP의 박진영과는 이전한 이후에도 가끔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라고. "직접 뵐 때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워낙 바쁘신 분"이라며 스스럼없는 관계를 보여줬다.
함께 무대에도 나섰던 이하이와 제이미. 최근 행보에 대해 묻자 "지민이가 인제야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 속 시원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모습에 진심으로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다"라며 "하이는 사실 발라드를 그렇게 자주 하는 편이 아니었고 힙합 쪽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장르 상관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니 더 새롭다"라는 말을 남겼다. 자기보다 어린 동생들이지만 배울 점이 많다고.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이 있다는 그들은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하이와 제이미의 채팅 스타일을 묻자 백아연은 "일단 나보다는 다들 말이 많다"라며 "오히려 그 친구들이 의견을 많이 제시하는 편"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K팝 스타' 속에서 '강심장' 면모를 보여주며 유독 눈에 띄었던 그. 어렸을 때부터 노래 대회에 나갔던 경험이 큰 도움으로 남았던 걸까. 백아연은 그렇다고 답하며 "노래 부를 때 한 곳으로 시선 처리해야 한다는 걸 익숙하게 느껴왔는데 나는 그 시선을 심사의원 분들의 눈으로 맞추다 보니 강심장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백아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 심사평은 박진영의 조언. "박진영 PD님께 얼굴 찡그려서 발성이 잘못됐다고 들었던 순간이 가장 인상 깊다"라며 "나도 모르게 그때 심사평이 기억에 남다 보니 얼굴 찡그리지 않는 게 습관으로 잡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로서 어떤 부분이 힘들었고 인상 깊었는지 묻자 "생각보다 참가자 스스로 준비해야 할 사항이 정말 많다"라며 "무대 위의 제스처나 다른 퍼포먼스적인 부분, 예상보다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배운 점에 대해서는 "박진영 PD님께 말하듯이 노래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고, 보아 선배님께는 가성을 이쁘게 내는 법과 감정 표현을 극적으로 내는 방법에 대해 면밀히 배웠다"라고 말하며 감사함을 표하기도.
'K팝 스타'에 탈락하면 더는 가수의 꿈을 접으려고 했다는 그. "프로그램을 통해 내 목소리의 매력을 제대로 알게 됐고 이런 부분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직접 작곡 작사에 참여해 역주행에 성공한 '이럴거면 그러지말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하지는 않았을까. 백아연은 "당연히 엄청 당황했다"라고 말하며 "같이 작업한 심은지 작곡가와 새벽 내내 연락하고 음원 차트를 들여다볼 정도로 잠이 오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2년의 공백기를 깨고 발표한 음원이었기 때문에 사실 기대를 많이 하진 않았다고.
본인이 생각했을 때 가장 '백아연'스러운 곡 또한 '이럴거면 그러지말지'. 이에 대해 그는 "경험담을 토대로 만든 곡이기도 하고 가성과 진성을 섞은 모습에 백아연만의 특성을 느낀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후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곡은 이별 노래. 그는 "체념하는 것보다 이별에 너무 슬퍼하지 않는 사랑을 그려보고 싶다"라며 "이제는 사랑도, 이별도 많이 해봐서 덤덤한 그런 모습을 그려볼 것"이라고 전했다.
어느덧 데뷔 8주년, 자존감이 바닥 쳤을 때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 묻자 "한 번씩 '꺼이꺼이' 소리가 들릴 만큼 시원하게 운다"라며 "그다음 내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나고 예민한지 자문자답하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라고 비결을 들려줬다. 그럴 때 듣는 음악은 쓸쓸한 곡이 많다고. "자존감이 바닥 치는 날, 유난히 속상한 날에 쓸쓸한 곡을 들으면 그 곡의 주인공이 내가 된 것 같아서 오히려 위로되더라"라며 "그래서 '이럴거면 그러지말지'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는 것 같다"라고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평소 태연의 음악을 자주 듣는다는 그. 가요계 선배 태연에게 어떤 부분을 닮고 싶은지 묻자 "템포나 분위기 상관없이 곡 자체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느낌"이라며 부러움을 나타냈다.
어린 시절 악성 림프종과 성대 결절을 어렵게 이겨냈다는 백아연. 그럼에도 '목소리를 내는 음악'에 대한 간절함은 뚜렷했다. "내게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가수가 안 됐다면 실용음악과 교수가 되고 싶었을 정도로 음악에 대한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이럴거면 그러지말지', '쏘쏘'를 지나고 나서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다는 그는 노래하는 게 조금씩 무서워졌다고. "내가 정말 원했던 모습이 이게 맞나 판단이 잘 안 섰다"라고 말하며 힘들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K팝 스타' 지원 전 다양한 오디션으로 지쳐갔다는 백아연. "Mnet '슈퍼스타K', MBC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에도 나갔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라며 "대학교를 입학하고 평범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답했다. 엄마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지원해봐라'라고 조언을 해준 덕분에 결실을 볼 수 있었다고.
'K팝 스타' 출연 당시 팝송을 부르는데 힘들었다는 소감도 전했다. "오히려 내가 한국 노래를 불러서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다행스러움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물어본 이상형에 대한 질문. 백아연은 "함께 있을 때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공기가 편한 사람,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좋아한다"라며 "내가 감정 기복이 심한 만큼 그런 부분을 잘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지금과는 또 다른 자신을 찾아가고 싶다는 백아연, 그 출발점은 더없이 밝고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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