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아빠'라고 불러보는 순간이 그리웠는데 '담보' 속 승이의 마음이 공감되고 뭉클했어요."
휴먼 영화 '담보'(강대규 감독, JK필름 제작) 속 예고 없이 찾아온 사랑스러운 9살 담보 승이(박소이)에서 보물로 잘 자란 어른 승이를 연기한 배우 하지원(42). 그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담보'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우연히 아이를 담보로 맡게 되면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설정을 바탕으로 가족애를 재해석한 '담보'는 악연으로 만난 이들이 천륜이 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전 세대에게 감동과 공감을 전하고 또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주변의 이웃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로 추석 극장가 출사표를 던졌다. 유쾌한 웃음과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로 진한 감동과 여운을 담은 '담보'는 '명절에는 휴먼 코미디'라는 극장가 흥행 공식을 이을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담보'는 매 작품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충무로 퀸' 하지원이 한·중·일 합작 영화 '맨헌트'(18, 오우삼 감독) 이후 2년 만에 스크린 컴백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원은 '담보'에서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의 진심 어린 사랑과 헌신으로 잘 자란 어른 승이를 연기, 전매특허 밀도 높은 감정 연기로 영화의 감동을 한층 더 끌어 올린다. 또한 하지원은 아역 박소이와 2인 1역을 연기, 높은 싱크로율로 극강의 케미스트리를 선사했다.
하지원은 "개인적으로 '담보'를 재미있게 봤다. 완성된 부분은 지난 언론 시사회 때 처음 봤다. 촬영하면서 어린 시절 승이가 어른 승이와 잘 이어질지 궁금했다. 개개인이 영화를 볼 때 느낌이 다 다르지 않나? 나에게는 아빠라는 존재가 특히 더 와닿았다. 모든 딸이 마찬가지일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2016년 부친상을 겪은 하지원은 아버지의 부재에 대해 "나는 아빠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빠라고 불러보는 순간이 그립기도 하다. 승이와 똑같았다. 뭉클했다. 지금은 안 계시지만 늘 아빠가 가까이 계신다고 생각한다. 늘 나를 지켜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마음 때문일까. 하지원은 '담보' 속 공감됐던 신에 대해 "두석 아저씨에게 '아저씨'라고 부르다가 '아빠'라고 부르는 순간이 있다. 가족이 아닌데 가족이 된 과정이 그 어떤 장면보다 크게 다가왔다. 요즘은 가족이지만 자주 보지 못하는 가족도 있고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더 진짜 가족처럼 지내는 관계도 있지 않나? 아빠라고 부르는 순간이 관객에게 진짜로 느껴지게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부성애에 끌려 '담보'를 선택한 하지원은 풋풋한 스무살 대학생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 다시 한번 '동안 미녀'임을 입증했다. 이에 하지원은 "처음 촬영하기 전에는 강대규 감독에게 강력하게 반대했던 설정이었다. 강대규 감독이 승이가 대학생부터 끌어가면 감정선이 매끄러울 것 같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했다. 사실 나는 하기 싫었다"며 "대학생 역할을 위해 최대한 어려보이려 의상, 헤어스타일을 꾸몄다. 신경을 많이 쓰려고 했다. 셔츠와 청바지로 단전하고 깨끗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색감이나 메이크업적으로도 순수하게 하려고 했다. 어려보이려고 애썼다"고 고백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국민 아빠' 성동일과 부녀 호흡을 맞춘 것에 하지원은 "나는 딸이 아니라 그저 성동일 선배와 한 무대에서 서보고 싶었다. 그런데 '담보'를 통해 딸로 함께하게 됐다. 알고 보니 내가 제일 나이 많은 딸이라고 하더라. 성동일 선배가 장난으로 계속 다음에는 '연인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농담을 많이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말 딸처럼 생각해주셨다"고 웃었다.
그는 "평소 성동일 선배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너무 좋았다. 사실 영화는 픽션이지 않나? 하지만 성동일은 논픽션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런 자연스러움이 너무 좋아서 꼭 함께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무한 애정을 전했다.
지난 1996년 데뷔해 올해 24년 차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 배우' 하지원. 그는 "아무래도 내가 연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현장이 너무 좋다. 언제 싫증 나고, 또 언제 하고 싶지 않을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하니까 내 에너지를 다 쏟을 수 있는 것 같다"며 "전에는 내 나이보다 더 어린 역할을 많이 해왔는데 이제는 내 나이에 맞는, 내 나이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원은 연애와 결혼에 대한 자신만의 플랜도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연애와 결혼 생각을 간절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해야지' '연애해야지'라는 다짐을 머릿속에 생각하면서 사는 스타일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결혼 생각이 나면 하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이어 "물론 비혼주의자는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결혼 생각이 난다면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일을 생각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답했다.
'담보'는 인정사정없는 사채업자와 그의 후배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아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성동일, 하지원, 김희원, 박소이 등이 출연하고 '하모니'의 강대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추석 연휴를 겨냥해 오는 29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