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손샤인' 손흥민(28·토트넘)은 어떤 의미에서 철인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몇년간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여름마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일정을 소화했고, 곧바로 리그, 유럽챔피언스리그, 컵대회 등을 치러야 했다. 중간중간 A매치를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2019년에는 78경기를 소화하며 무려 11만600km를 이동해,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고,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 선수로 기록됐다. 소화한 78경기 가운데 72%의 경기가 닷새 미만의 휴식 후 치러졌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상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손흥민은 프로 데뷔 후 부상으로 이탈한 적이 6번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눈여겨 볼 것은 부상 내용이다. 골절이나 파열 등과 같은 부상이 대부분이었다. 프로 커리어 첫 부상이었던 2010년 8월에는 팔 골절이었고, 2011년 8월에는 발목 인대 파열로 쓰러졌다. 토트넘 입성 후 2015년 9월에는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했고, 이후 2017년 6월과 2020년 2월 두 번의 장기 부상은 모두 오른팔 골절이었다. 피로가 아닌 충격에 의한 부상이었다. 근육부상은 함부르크에서 뛰던 2012년 11월 허벅지 부상이 유일했다. 당시에도 5일만에 복귀했다.
이번은 다르다.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이라는게 신경이 쓰인다. 손흥민은 27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캐슬과의 경기에서 전반만 뛰고 교체아웃됐다. 골대만 두번을 맞추는 등 절정의 기량을 과시한 손흥민은 결국 햄스트링에 탈이 났다. 조제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손흥민 교체는)부상이다. (긴 시간 빠질 거로 보나) 그렇다. (어디를 다쳤나) 햄스트링이다"고 말했다.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이라는게 신경이 쓰인다. 햄스트링은 허벅지 뒤쪽 근육부위을 이르는 말로 흔히 무릎 뒷부분 오금줄을 말한다. 오금줄은 골반아래에서부터 고관절과 무릎관절을 가로질러서 무릎 바로 아래에 부착되는 근육들을 말한다. 오금줄은 관절 두 개를 가로 질러가는 아주 긴 근육이기 때문에 스트레칭을 해주지 않으면 짧아지기 쉽다. 프로 선수들은 이 근육을 쓰는 일이 잦아 자주 무리가 간다.
햄스트링 부상의 가장 큰 원인은 근육 피로 누적이다. 일시적으로 무리한 동작이나 과한 자극을 받아 근육이 찢어지기도 하지만, 이미 피로가 쌓여있을때 부상이 생기기 더욱 쉽다. 과거에는 햄스트링 부상이 생기면 은퇴할 때가 가까워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였다.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손흥민은 이번 뉴캐슬전에 앞서 개막전부터 4경기를 연속으로 풀타임 출전했다. 360분 연속이었다. 그리고 뉴캐슬전 전반 45분을 뛰었다. 총 405분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주말 사우스햄턴전에서 한 경기서 4골을 퍼부었다. 그리고 주중 유로파리그 스켄디야전에서 1골-2도움을 기록했다. 무리뉴 감독 입장에서 절정의 기량을 보인 손흥민을 배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체력적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선발로 내세운 것은 무리뉴 감독의 배려 부족, 혹은 욕심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더 신경쓰이는 것은 햄스트링이 재발이 잦다는 점이다. 조금만 무리가 가면 다시 일어난다. 손흥민이 충분한 휴식을 갖고 치료를 하면 그 횟수가 줄어들겠지만, 손흥민이 에이스로 활약 중인, 지금 토트넘의 상황을 보면 이른 복귀가 불가피하다. 이럴 경우, 손흥민은 남은 시즌은 물론 선수 생활 내내 햄스트링으로 고생할 수 밖에 없다. 부상 형태나 부위면에서, 여러모로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부상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