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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실축자 챙긴 불투이스,'원팀'울산이 PK전쟁 이긴 이유[ft.어깨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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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한곳에 모아졌다. 울산, 이 팀의 감독이어서 행복하다."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지난 24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FA컵 준결승(1대1무)에서 승부차기 대혈투 끝에 4대3으로 승리하며 결승에 오른 후 이렇게 말했다.

16명의 키커 가운데 오직 7명이 골망을 흔들었다. '울산 국대 수문장' 조현우가 포항이 쏘아올린 8개의 킥 가운데 3개를 손끝으로 막아냈다. 뜨거웠던 명승부, 키커와 골키퍼에만 모든 신경을 오롯이 집중하느라 뒤에 선 선수들을 보지 못했다. 26일 울산 현대 구단이 공개한 선수 시점의 풀영상을 다시 보니, '행복한 원팀의 수장' 김도훈 감독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11m 러시안룰렛'이라 불리는 절체절명의 승부차기, 슈팅 한 방에 개인과 팀의 명운이 걸려 있다. 성공하면 영웅이 되고, 실축하면 대역죄인이 되는 상황, 센터백 불투이스를 비롯한 울산 선수들의 모습은 달랐다.

"컴온(come on), 조현우!" "나이스!" 불투이스는 조현우의 선방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를 불어넣었다. 비욘 존슨, 원두재, 윤빛가람이 골망을 흔들 때마다 누구보다 뜨겁게 환호했다. 포항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실축 장면에서 나왔다.

이날 극적인 동점골로 연장, 승부차기를 이끌었던 김인성이 승부차기 3번째 키커로 나섰다. 2번의 기회를 놓쳤다. 첫 번째 슈팅이 불발된 후 VAR 판독에 따라 재차 기회가 주어졌지만, 이마저도 불발됐다. 불투이스는 고개를 떨구고 돌아오는 김인성을 향해 마중 나갔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를 건넸다. 5번째 키커, '믿었던 득점왕' 주니오의 슈팅이 공중으로 치솟은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불투이스와 비욘 존슨이 함께, 돌아오는 주니오를 마중 나갔다. 어깨를 감싸며 위로했다. 센터백 정승현의 실축 때도 마찬가지였다. 부주장 김태환과 불투이스, 한마음으로 발 맞추는 수비라인이 정승현을 데리고 들어오며 "괜찮다"고 위로했다.

김태환, 불투이스, 조현우 등 3명의 키커만 남은 상황, 주니오에게 떠밀려 '왼쪽 풀백' 홍 철이 8번째 키커로 나서자 울산 선수들이 일제히 어깨동무를 했다. 일부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홍 철의 가볍고 산뜻한 왼발 슈팅이 골망을 가르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10명의 선수들이 여전히 어깨동무를 한 채로 포항 송민규의 슈팅을 지켜봤다. 송민규의 슈팅을 '빛현우' 조현우가 막아서는 순간, 10명의 선수들이 골대를 향해 빛의 속도로 쇄도했다. 모두가 한데 뭉쳐 짜릿한 승리의 환희를 만끽했다.

김도훈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승부차기 때도 온국민이 하나가 돼 마음을 모아 응원하지 않았나. 승부차기는 기운을 모두 함께 모아야 한다"고 했다. "이 뜨거운 승부는 우리 팀이 다시 하나가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파아널라운드에서 하나 된 힘을 더욱 배가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후 구단 영상 인터뷰에서 불투이스는 "내 생애 최고의 승부차기였다"면서 "(김)인성한테 소감을 물어보라"고 슬쩍 발언권을 떠넘겼다. 김인성은 "지옥과 천국을 오간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는 영리한 슈팅으로 이날의 히어로가 된 홍 철은 "울산에 온 지 3개월 밖에 안돼 안차려고 했는데, 주니오가 등을 떠밀었다. 수원에서 PK를 잘 차는 (염)기훈이형을 따라차려고 노력했는데 운이 좋았다"고 겸손한 소감을 내놨다. FA컵 결승행이라는 결과도 훌륭하지만, 힘든 상황에서 서로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하나로 똘똘 뭉쳐 기어이 승리를 이끌어낸 '원팀의 과정'이 더욱 훌륭했다.

김도훈 감독은 25일 미디어데이에서 파이널라운드에 임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하나"라는 짧고 굵은 한마디를 전했다.

'원팀' 울산은 27일 오후 4시30분 DGB대구은행파크에서 펼쳐지는 대구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23라운드에서 파이널A 첫 경기에 나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