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멋 부리고, 미장센에 입각해서 연기하는 것보다 재래시장 같은 편안한 캐릭터가 내게 맞는 옷이죠!"
휴먼 영화 '담보'(강대규 감독, JK필름 제작)에서 겉은 까칠해도 마음만은 따뜻한 사채업자 두석을 연기한 배우 성동일(53). 그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담보'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우연히 아이를 담보로 맡게 되면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설정을 바탕으로 가족애를 재해석한 '담보'는 악연으로 만난 이들이 천륜이 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전 세대에게 감동과 공감을 전하고 또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주변의 이웃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로 추석 극장가 출사표를 던졌다. 유쾌한 웃음과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로 진한 감동과 여운을 담은 휴먼 코미디를 선사한 '담보' 보는 이들을 웃기다, 울리다 113분 러닝타임을 꽉 채우며 '명절에는 휴먼 코미디'라는 극장가 흥행 공식을 이을 전망.
특히 '담보'는 연기 신용도 1등급인 '국민 배우' '국민 아빠' 성동일이 가슴 뜨거운 부성애 연기를 보여 눈길을 끈다. 성동일이 '담보'에서 연기한 두석은 험상궂은 생김새나 무뚝뚝한 말투와는 달리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채업자지만 얼떨결에 승이를 맡아 키우면서 좌충우돌을 겪는 캐릭터다. 그동안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정은지, 고아라, 류혜영, 혜리 등 많은 '개딸'과 호흡을 맞춰온 명실상부 '국민 아빠' 성동일은 '담보'에서 전매특허 츤데레 부성애를 선사, 어린 승이의 박소이, 어른 승이의 하지원 찰떡 부녀 케미를 자아냈다. 여기에 김희원과는 친형제를 능가하는 티키타카로 코미디를 담당, 일당백 존재감을 펼치는 데 성공했다.
성동일은 '담보'를 선택한 이유에 "내 나이 또래에 해볼 만 한 이야기라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나에게는 오히려 이런 작품이 더 맞지 않나 싶다. 그나마 내 정서에 맞는 배역이었던 것 같다. 멋 부리고, 미장센에 입각해서 하는 연기는 솔직하게 자신이 없다. 재래시장 같은 캐릭터가 나에게 맞는 것 같다. 물론 멋들어진 캐릭터가 주어지지도 않는다. 그런 캐릭터를 해 본 기억도 별로 없다"며 "나는 실제로 자식 셋을 키우니까 이런 부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실제로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는 이 아이가, 하루는 이 아이가 밉기도 하다. 그런 마음이 작품에도 녹아드는 것 같다. 자식 이야기에서는 아무래도 내가 유리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고 밝혔다.
아이를 담보로 설정한 영화 속 스토리에 대한 우려에 대해 성동일은 "내 후배 중 몇 명도 실제로 사채를 직업으로 삼는 친구들이 있다. 영화 속에서도 나온 대사인데 실제로도 '여러분의 힘든 고통 누구보다 잘 안다'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 그 친구들 보니까 악착같이 돈을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아니라 그들도 사람이라 어느 정도 원금만 받는 사람도 있고 다양하다"고 답했다.
그는 "물론 악독한 사채업자도 있겠지만 원체 다양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보니까 영화 속 사람을 담보로 잡는다는 설정이 우려가 되는 지점은 없었다. 사채라는, 담보라는 게 돈이 아닌 사람이라는 부분에서 강대규 감독이 이 설정으로 사람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지점을 피력했고 나 역시 충분히 공감했다. 그 지점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크게 걱정한 부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솔직하게 크게 연기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 시나리오 자체가 좋아 그걸 믿고 갔다. '담보'를 촬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매 작품 현장에서 '나는 감독을 믿고 시나리오를 믿는다'라고 말한다. 한 번도 배역을 두고 충돌한 적이 없다. 아마 굳이 꼽자면 20편 찍으면 한 편 정도 배역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긴 하겠지만 그 외에는 없다.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함께하는 사람들을 믿는 편이다"고 남다른 신뢰를 전했다.
성준, 성빈, 성율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좋은 아버지'에 대한 소신도 더했다. 성동일은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있냐는 말이 있는데 내가 느끼기엔 거짓말인 것 같다. 정도의 차이인 것 같다. 지금도 나는 배워가는 것 같다. 그 아이의 나이에 맞게 부모도 성장해야 한다. 평생 아이가 어린 나이도 아니고 그 나이에 갇혀 살면 안 될 것 같다"며 "사실 나는 무서운 아빠, 엄한 아빠였다. 내가 그렇게 컸다. 그런 내가 바뀐 계기가 첫째 준이를 혼내면서 알게 됐다. 준이를 혼낼 때 대꾸를 안 하고 계속 나를 빤히 쳐다보더라. 그때 왜 답이 없냐며 닦달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준이는 자신이 어떻게 말할지 생각하는 것이었다. 근데 나는 내 시간대로 닦달했다. 나의 시간대와 아이의 시간대 기준점이 다르더라"고 곱씹었다.
그는 "좋은 아빠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부모로서 변해가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나 역시 준이에 맞춰서 변해가야 한다. 지금도 배우고 있다"며 "최근에 아이들이 '왜 아빠는 우리들이 보는 영화는 안 해?'라고 묻더라. 다행히 어제(24일) '미스터 고'(13, 김용화 감독) 이후 두 번째로 내 영화 '담보'를 보여줬다. 어제 시사회를 보고 막내 율이가 '우리 아빠 욕 정말 잘한다'고 엄마한테 말했다고 하더라. 집에 가니 아이들이 전부 영화 속 모습에 대해 '아빠와 똑같더라'라고 말하더라"고 웃었다.
'국민 개딸 아빠'로서 새로운 딸로 호흡을 맞춘 하지원에 대해 "다른 딸은 나이가 어리지 않나? 하지원은 나이가 있어서 다른 딸과 달리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배우'라고 부른다. 실제로 하지원은 집사람과 나이 차가 얼마 안 난다"며" "하지원은 굉장히 편하다. 영화 촬영할 때도 먼저 식사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제주도 지인이 소주를 많이 보내줘서 숙소에서 넣어놓고 먹기도 했다. 내 방이 사랑방이었다. 하지원은 너무 예쁜 후배라 뭐라도 하나라도 더 주고 싶다. 정말 잘 웃는 후배이고 하지원과는 꼭 다시 작품을 하고 싶다. '담보'를 제작한 윤제균 감독에게 후속편에서는 하지원과 삼각관계를 해보고 싶다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웃었다.
'담보'는 인정사정없는 사채업자와 그의 후배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아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성동일, 하지원, 김희원, 박소이 등이 출연하고 '하모니'의 강대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추석 연휴를 겨냥해 오는 29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