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공능력 평가 순위 33위인 중견 건설업체 서희건설이 부실공사를 비롯해 과장 광고 등의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위기를 맞고 있다.
준공된 지 1년 6개월 된 경북 포항의 신축 아파트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돼 부실 시공 의혹이 나오고 있는데다 경기 화성지역의 지역주택조합 사업 과정에서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또한 대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사업 조합원들은 "서희건설에 공사를 맡길 수 없다"며 시공사 변경을 대구시에 강력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잡음이 이어지면서 서희건설은 '지역주택조합 사업 아파트의 강자'로 불리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는 상황이다.
▶비만 오면 천장에서 물이 '뚝뚝'…곳곳에서 균열이 발견되기도
서희건설이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 형태로 시공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곳곳에서 물이 새 입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준공 후 여러 차례 하자 보수가 진행됐음에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3월 준공돼 입주한 포항시 오천읍 '서희 스타힐스' 아파트에서 누수와 균열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입주민 A씨는 지난해 4월 이사 왔는데, 입주 한달 만인 5월 비가 오고나서 거실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천장 마감재를 뜯어내고 안쪽을 확인해보니 균열이 생긴 틈새로 물이 새는 것을 확인했다.
다른 동의 집 내부도 심각했다.
이번 태풍이 지나간 이후 천장 거실등과 화재감지기 부근에서 물이 떨어진 것.
입주민 B씨는 "천장에서 폭포수처럼 물이 쏟아졌다"면서 "관리사무소에서 거실등과 화재감지기를 제거한 이후 컴컴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천장에 부착돼 있는 조명기구 주변엔 여러 전선들이 지나가기 때문에 물이 스며들 경우 자칫 누전의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집의 거실 창틀에는 곰팡이가 피어나기도 했다.
해당 주민은 "비가 오면 이중창문 사이로 물이 들이쳐 수건 등을 받쳐 놓았지만 소용이 없었다"면서 "심지어 주방 안쪽까지 물이 흥건해 습기가 밴 목재 벽체 일부가 갈라지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집 내부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해 여러 가구들은 비만 오면 물받이 통을 받쳐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점들이 발견된 곳은 약 30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당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역시 부실공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주차장 일부 바닥은 균열이 심해 갈라짐이 뚜렷한데다 바닥을 밟으면 물이 출렁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 곳 역시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해 주민들이 임시방편으로 대형 비닐을 아래쪽에 받쳐 물이 다른 곳으로 떨어지게 하고 있다.
주민들은 "건설사 측이 여러 차례 보수를 했지만 물이 새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면서 "게다가 일부 세대는 하자보수 조차 받지 못한 형편"이라고 전했다.
한 주민은 "꿈에서도 비오면 물받이 통을 받쳐야 한다는 악몽을 꾼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서희건설 측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꼼꼼히 하자 보수작업을 하기로 했다"면서 "추석연휴 이후 문제점들을 파악한 후 하자 보수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위·과장 광고 논란에 '뒷북 대책'…다른 지역에선 지주택 사업 퇴출 위기
앞서 서희건설은 경기 화성의 지주택 사업 과정에서 허위·과장 광고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희건설이 운영하는 지주택 사이트인 '서희GO집'에는 지난 7월 해당 사업의 토지 확보율이 88%, 조합원 모집률은 70.1%로 명시됐다.
그만큼 토지 확보 여부와 조합원 모집률을 이용해 조합원을 모집한 것이다.
지주택 사업이란 무주택 주민들이 조합을 구성해 사업의 주체가 되어 주택을 건립하는 사업으로, 조합원이 사업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청약통장 없이도 시세보다 저렴한 공급가로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토지 확보에 따른 위험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몫이 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사업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억대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할 수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
화성의 경우 해당 사업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은 것에 의구심을 가진 한 조합원이 관계 당국인 화성시청에 문의한 결과, 사업계획 승인은커녕 조합 설립조차 승인되지 않았으며 조합 설립에 필요한 토지사용승낙서 비율도 50% 수준이어서 사업 신청이 수 차례 반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화성시청은 서희건설 측에 80% 이상의 토지사용승낙서와 지구단위계획 결정에 맞는 사업계획서, 조합원 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등을 보완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서희건설 측은 보완된 서류들을 뒤늦게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조합원은 "지주택 사업으로 유명한 서희건설이라는 브랜드와 88%라는 높은 토지 확보율을 믿고 금방 착공이 될 줄 알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서희건설은 지주택 사업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면서 "이같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투명하게 공개해 조합의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서희건설은 대구 서구 내당 지역주택 사업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놓였다.
2017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해당 조합측은 최근 임시총회를 개최, 시공예정사였던 서희건설과의 협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들은 "서희건설이 사업 의지를 보이지 않아 신뢰를 잃었다"며 대구시에 시공사 변경을 요구했고, 시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 16일 공동사업 주체인 시공사 변경을 승인했다.
서희건설은 법적 대응 등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희건설의 지주택 사업 매출은 2013년 722억원에서 지난해 6777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서희건설의 총 매출액인 1조 2400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