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구관이 명관 또는 명불허전.
에이스는 역시 에이스다. LG 트윈스 타일러 윌슨이 마침내 시즌 10승 고지에 오르자 구단 주변에서 이같이 얘기가 흘러 나왔다. 윌슨은 지난 23일 잠실에서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선발등판해 7이닝 6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점)의 호투를 펼치며 시즌 10승에 입맞춤했다. 2018년 LG 입단 이후 3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에 성공했으니, 에이스로서의 체면을 세운 셈이다.
올시즌 코로나바이러스 직격탄을 받은 대표적인 선수가 윌슨이다. 그는 3월 말 입국 직후 2주 자가격리를 소화하느라 몸 만들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같은 처지였던 켈리가 시즌 시작 후 2개월이 지나면서 컨디션을 회복한 것과 달리 윌슨은 최근까지도 들쭉날쭉한 모습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7이닝 6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친데 이어 이날도 7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음으로써 비로소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윌슨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은 직구 구속 감소 때문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3~4㎞ 정도 줄어 공끝의 위력도 반감된 상태다. 정규시즌 종료를 한달 앞둔 시점까지도 구속 회복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윌슨은 원래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고 147~150㎞짜리 포심과 투심을 던지며 압도적인 피칭을 곧잘 했다.
하지만 올해 스피드가 나지 않으니 변화구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윌슨의 변화구는 주로 커브다. 윌슨의 커브는 130㎞대 초반에 낙차가 크다는 게 특징이다. 투심과 함께 땅볼을 유도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 올해는 포심 직구와 투심의 스피드가 140㎞대 초반에 머무는 까닭으로 노려치는 타자들에게 종종 난타를 당하기도 한다.
윌슨의 땅볼 유도 비율(플라이볼에 대한 땅볼의 비율)은 지난해 1.98로 1위였지만, 올시즌에는 이날 현재 1.29로 6위에 처져 있다. 그만큼 커브도 잘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커브 제구력을 되찾으면서 연속 안타를 피하면서 투구수 관리도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얼마전 켈리가 시즌 10승과 11승을 연달아 달성하자 기복이 있는 윌슨의 시즌 10승은 언제 이뤄질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최근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승리를 따내며 10승 고지를 밟았다. 이제 윌슨에 대한 걱정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LG가 윌슨-켈리 원투 펀치를 내세워 정규시즌 막판 레이스에서 좀더 힘을 낼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