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말그대로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막내구단 KT 위즈의 질주가 무섭다. 연승을 거듭하며 어느덧 가을야구 그 이상을 바라보는 지점까지 올라섰다. 시즌 초반 연패를 거듭하면서 '역시나'로 번지던 시선이 달라진 지 오래다. 2015년 창단 이래 후반기 최고 성적 속에 갖가지 지표를 갈아치우고 있다. KT의 약진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강철 감독이 떠올린 이름은 다름아닌 포수 장성우(30)였다. 롯데에서 데뷔해 2015년 KT 창단 멤버로 합류했던 그는 부동의 안방마님 역할을 맡았지만, 팀 부진 속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나날을 이어왔다. 하지만 올 시즌 올 시즌 103경기 타율 2할8푼2리(308타수 87안타), 9홈런 63타점, 출루율 3할4푼, 장타율 4할6리로 KT 입단 첫해인 2015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실책은 KT 입단 후 가장 적은 2개에 불과하다. 공수 전반에서 맹활약하면서 KT의 도약을 이끈 숨은 공신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감독은 "사실 그동안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장성우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투수 리드와 볼배합이었다. 그는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벤치에서 볼배합을 지켜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올 시즌을 앞두고는 '정말 중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벤치를 보지 말고 스스로 운영을 해보라'고 했다. 지금까지 보면 우리 투수들의 특성을 머릿 속에 완벽하게 입력하고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즌 초반 좋지 않은 흐름을 탈 때는 본인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배터리 코치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포수가 투수의 강점을 살려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공을 던져도 처지는 경우가 있는데, 장성우는 그런 면에서 우리 투수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고 했다.
장성우의 올 시즌 각오는 남달랐다. KT 입단 후 부상 등 가시밭길을 걸으며 이름값을 못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지난해 팀이 5강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자책도 컸다. 장성우는 "감독님이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작년보다 (순위) 밑은 보고 싶지 않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타격도 중요하지만 마운드를 지키는 투수의 역할도 만만치 않다. 그런 투수들을 잘 도와주는 포수가 되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의지를 다진 바 있다.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땀을 흘리며 팀의 안방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그의 모습은 '언성히어로' 타이틀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