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KT 위즈의 '마법'이 KBO리그를 휘감고 있다.
21일 현재 KT는 단독 3위, 창단 후 후반기 최고 성적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5강 경쟁에서 아쉽게 탈락했던 KT의 도약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 하지만 KT는 이제 가을야구를 넘어 그 이상을 바라보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시즌 초반 연패를 거듭하면서 하위권으로 떨어졌던 KT가 5강 경쟁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간 것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중 주목할 만한 것은 불펜이다. 21일 현재 KT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4.67, 리그 전체 2위다. 리그 평균치(5.06)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리그 최강 불펜을 가진 팀으로 평가받는 키움 히어로즈(4.46)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시즌 초반 선발진-타선 활약에도 불펜이 잇달아 무너지면서 연패를 거듭했던 KT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지난해보다 불펜 뎁스가 한층 강화됐다. 꾸준하게 활약 중인 주 권 뿐만 아니라 전유수 하준호가 초반 기복을 딛고 후반기 좋은 활약을 이어가면서 불펜 활약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여기에 올 시즌을 앞두고 입단한 유원상 이보근, 시즌 초반 부진했던 김재윤의 부활, 그동안 미완의 대기에 머물렀던 조현우의 도약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초반 부진 이후 재정비 시간을 거쳐 꾸준히 기회를 부여한 이강철 감독의 일관성 있는 마운드 운영이 중반기를 넘어가면서부터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불펜 활약은 KT 마운드의 전체적인 힘을 키우는 모양새다. KT 선발진 평균 자책점은 전체 7위(4.57)이지만 선발-구원을 합친 마운드 전체 평균자책점은 4.60으로 전체 3위다. 공동 1위인 LG 트윈스-키움 히어로즈(4.50)과 큰 차이가 없고, 1위 NC 다이노스(4.64)보다는 오히려 앞서고 있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윌리엄 쿠에바스-소형준의 활약에도 배제성 김민수가 중반 이후 기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불펜이 살아나고, 결과적으로 마운드 안정에 기여하면서 승수 쌓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어지는 활약 속에 피어나는 스스로의 동기부여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최근 KT 선수들 사이에선 "지고 싶지 않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2015년 창단 이래 만년 꼴찌 설움을 받다가 지난해 발견한 가능성을 비로소 꽃피우고 있는 시점. 승리와 더불어 '윗물'의 달콤함을 맛본 선수들 모두 투-타 가릴 것 없이 출전과 활약을 자처하고 있다. 이 감독이 나서서 템포 조절을 할 정도. 불펜 활약도 결국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근 결실이다.
이 감독은 "주전이 못하면 다른 선수들이 채워준다. 베테랑이 부진하면 젊은 선수들이 잘해줬다. 톱니바퀴처럼 잘 물려서 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 서로 보완이 되면서 어려운 시기를 넘을 수 있었다"고 선수들의 활약을 칭찬했다. 남은 기간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KT가 부릴 '마법'에 관심이 쏠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