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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시선]입담의 무게와 결과, 허문회 감독은 과연 감당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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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은 후반기 들어 입담이 부쩍 좋아졌다.

농도 서슴지 않는다. 8월부터 치고 올라간다는 일명 '8치올'이 수명을 다해가자 "곧 음력 8월이 온다. 또다시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파안대소했다. 운이 승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장난삼아 '쓰레기를 잘 줍자'고 말한다"고 하기도 했다. 9월 들어선 투-타 총력전을 의미하는 'D-데이'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개막 엔트리를 짜면서 "반쪽짜리 선수가 되면 안 된다"는 냉정한 기준을 내세우며 '매 경기 총력전'을 강조하던 그의 모습에 비춰보면 일련의 변화는 신선함을 넘어 궁금증까지 자아낸다.

입담의 핵심은 '분위기 유지'다. 롯데는 8월부터 두 달 가까이 허리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별 루틴 정립과 체력 관리를 테마로 8월 이후부터 치고 올라간다는 계산과 달리, 롯데는 6월 중순 이후 석 달 넘게 5위 자리를 탈환하지 못하고 있다. 유례없는 순위 싸움 속에 촘촘한 승차, 남은 경기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연승 바람을 타면 언제든 치고 올라갈 수 있다. 베테랑 중심으로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은 허 감독은 긴 중위권 싸움으로 누적된 심신의 피로를 사기 유지와 분위기로 돌파해 나아가고자 하는 계산을 하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힘을 결집하고자 하는 바람도 숨어 있다. 부임 초기부터 '멘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허 감독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외부에 내놓는 입담을 통한 선수단과의 소통은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롯데의 전력과 발걸음은 이런 허 감독의 입담이나 바람과 동떨어진 모습. 시즌 초반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개막 엔트리부터 이어진 구성에 변화는 거의 없다. 올 시즌을 2군에서 출발한 예비 전력 중 1군에서 두각을 드러낸 선수는 이승헌 정도다. 좋은 라커룸 분위기 속에서 부상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 온 롯데지만, 투-타에서의 결정적 강점이나 발전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총력전도 마찬가지다. 허 감독은 남은 일정 중 특정 지점에서 불펜 연투를 중심으로 한 총력전 방안을 세워놓았다. 하지만 승차가 오히려 벌어지는 상황에서 롯데가 상황을 타개할 대응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승헌의 합류와 서준원의 불펜 전환이 실행되면서 사실상 '첫 D-데이'로 여겨졌던 20일 NC 다이노스와의 더블헤더에서도 롯데는 이해하기 힘든 투-타 운영에 그치며 연패를 떠안았다. 허 감독이 의미한 'D-데이'와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매 경기 냉정한 판단과 기용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던 시즌 초반의 다짐과는 괴리가 크다. 그동안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도 허 감독이 강조해 온 '운'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장면들이 이어져 왔던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부임 1년째를 향해 달려가는 허 감독에게 더 이상 데뷔 시즌 초보 감독의 시행착오라는 우대는 성립할 수 없다.

롯데가 'D-데이'를 실행할 승부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5위 경쟁 중인 KIA 타이거즈를 비롯한 상위권 팀과의 맞대결은 승차를 줄일 기회다. 오른쪽 발목 통증으로 이탈했던 필승조 요원 박진형 합류도 허 감독이 말했던 '전력 보강과 승리 확률 증가'라는 D-데이의 개념에 어느 정도 부합한다. 그러나 무색무취한 지금의 롯데가 과연 'D-데이'라는 단어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여줄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꼴찌에 그쳤던 롯데의 5강 도전을 두고 '과도한 욕심'이라는 지적도 있다. 허 감독 역시 시즌 초반 "지난해 승률 3할3푼이었던 팀"이라고 롯데의 전력을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최선의 결과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프로의 숙명, 8월 이후 승부를 암시했던 허 감독의 발언을 돌아보면 5강은 롯데와 허 감독이 증명하고 감당해야 할 과제다.

무게에 걸맞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입담은 반쪽짜리에 불과할 뿐이다. 올 시즌 끝자락 롯데의 위치는 그래서 중요하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