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KIA 타이거즈 최원준이 성장통을 딛고 무서운 폭발력을 뽐내고 있다. 9월 월간 MVP를 다툴만한 성적으로 KIA의 9월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최원준의 9월 성적은 타율 4할5푼8리(59타수 27안타), OPS(장타율+출루율) 1.105다. 9월 타율 KBO리그 전체 1위, 장타율과 출루율이 모두 5할을 넘겼다. 최원준의 활약 속 KIA는 9월 들어 11승5패의 상승세를 타며 치열한 5강 싸움에 기름을 부었다.
시즌초만 해도 최원준은 김호령과 이창진이 부상에서 복귀하기 전까지 중견수 자리를 메울 대체 선수에 불과했다. 그나마 프로 입단 후 한동안 3루수를 본 반작용으로 낙구 판단에서 여러차례 실수를 범해 지탄받았다. 눈에 띄는 강견은 호평이었지만,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를 지그재그로 쫓아가거나 어림없는 공에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하는 등 미숙한 모습을 드러냈다. 수비 부담 때문인지 타격에서도 2할대 초반으로 부진했다.
6월 김호령, 7월 이창진이 합류한 후 최원준은 대타와 대수비에 전념하며 주전 자리에서 밀려난듯 했다. 6~7월 두달간 10타석의 기회를 얻는데 그쳤다.
하지만 8월 들어 이창진의 부상과 김호령의 부진이 겹치면서 최원준은 다시 주전 자리를 되찾았다. 24경기 81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2할8푼4리로 컨디션을 조율한 최원준은 9월 들어 대폭발, 팀 상승세의 일등공신으로 올라섰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최원준의 활약에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외야(중견수 수비)에서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또 "요즘 자주 출전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면서도 "너무 서두르는 느낌이 있다. 경기의 흐름을 뒤쫓기보단 경기가 스스로 내게 오도록 해야한다"며 애정 어린 속내도 드러냈다.
이어 최원준의 군대 문제에 대해서는 "결정하기 쉽지 않다"며 고심중인 속내를 드러냈다. 윌리엄스 감독은 "난 어렸을 때는 좋은 선수가 아니었다. 성장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면서 "우리 팀에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내 결정을 어렵게 만들어준 선수들의 활약이 자랑스럽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20일 한화 이글스 전 패배 속에도 최원준의 가치는 빛났다. 최원준은 3타수 2안타 2볼넷을 기록, 멀티 안타에 4출루를 기록했다. 특히 KIA가 2-2 동점을 이뤘던 두번째 점수는 최원준의 발로 만들어낸 한 점이었다. 비디오 판독 끝에 내야안타로 1루에 출루했고, 김선빈의 1타점 적시타 때 3루까지 내달렸다. 이후 프레스턴 터커의 우익수 플라이 때 홈을 밟았다.
또한 최원준은 이날 안타로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을 '20'으로 늘렸다. KBO 연속 경기 안타 최고 기록은 박종호(롯데 자이언츠 수석코치)가 2003~2004년에 걸쳐 세운 39경기지만, 타이거즈만 따지면 이종범(1994~1995)과 장성호(2001)의 22경기다. 최원준이 오는 22~23일 예정된 키움과의 2연전에서 안타 행진을 이어갈 경우 대선배 이순철(1986, 21경기)을 넘어 이좀범-장성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최원준이 새 기록을 세울 경우 타이거즈로선 19년만의 경사다.
이순철 이종범 장성호. 아직 최원준에겐 버거운 이름들이다. 하지만 타이거즈 레전드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은 유망주의 껍질을 깨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KIA로선 최원준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