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라건아, 독기 품었나.
전주 KCC가 '2020 MG새마을금고 KBL 컵대회' 조별리그 첫 승을 거뒀다. KCC는 21일 군산월명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의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에서 84대70으로 승리했다. 11개팀이 4개조로 나뉘어 불가피하게 KCC와 삼성은 두 팀으로만 한 조 구성이 됐다. 양팀이 두 경기를 치르는데, KCC가 기선 제압을 확실하게 했다.
KCC는 전창진 감독 특유의 꽉 짜여진 조직력 농구, 그리고 빠른 속공 농구로 삼성을 압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인 선수는 라건아. KCC는 외국인 선수 타일러 데이비스가 컨디션 난조로 이날 경기에 뛰지 못한 가운데 라건아가 거의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 공격과 수비를 이끌었다.
35분55초 출전, 33득점 20리바운드. 수치가 좋아 잘했다는 게 아니었다.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이 자가 격리 등을 이유로 완벽하지 않은 컨디션을 보여주는 가운데, 라건아는 당장 시즌 개막을 해도 될 정도의 완벽한 몸상태를 자랑했다. 그 어느 선수보다 빠르게 백코트를 하고 속공에 가담했다. 40분 가까이 뛰면서도 지친 모습이 없었다.
혼자 무리하게 공격을 해 득점을 쌓았다면 의미가 없지만, 라건아의 거의 모든 득점은 팀 플레이를 통해 만들어졌다. 특히 가드 유현준과의 호흡이 매우 좋았다. 같이 속공을 뛰고, 2대2 플레이를 통해 손쉽게 골밑 찬스를 만들었다. 무리한 공격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동료들의 찬스를 만들어주기 위해 스크린도 열심히 서는 등 팀 플레이에 중점을 두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라건아 입장에서는 이번 시즌이 매우 중요하다. 특별 귀화 후 3년 계약의 마지막. 올시즌 잘해야 다시 한 번 외국인 선수 신분으로 3년 재계약에 성공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KCC로 트레이드 되는 과정에서 혼란이 있었다. 예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이번 시즌은 코로나19 여파로 예년에 볼 수 없던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2m가 훌쩍 넘는 장신 선수들, 미국프로농구 출신 선수들이 즐비하다. 문에 1m99로 키의 한계도 있고 점점 나이가 드는 라건아가 이번 시즌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라건아는 첫 공식전에서 삼성의 새 외국인 선수인 아이제아 힉스와 제시 고반을 한 수 가르치듯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첫 공식전부터 독기를 품고 뛰는 듯한 느낌을 줬다.
KCC는 FA시장에서 유병훈과 김지완이라는 두 준척급 가드를 영입했는데, 이 선수들도 나쁘지 않았지만 기존에 있던 유현준이 확 달라진 모습으로 전창진 감독을 기쁘게 했다. 게임 리딩, 속공 전개 등에서 일취월장한 기량을 선보였다. 유현준은 이날 어시스트 10개를 뿌렸다.
이 경기에 앞서 열린 서울 SK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에서는 SK가 연장 접전 끝에 전자랜드를 86대83으로 눌렀다. SK는 주전인 김선형 최준용 안영준 김민수가 부상으로 이날 경기에 뛰지 못했다. 하지만 변기훈이 3점슛 5방을 터뜨리며 접전을 이끌었고, 해결사 자밀 워니가 연장전 득점을 폭발시키며 승리를 챙겼다.
군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