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KT 위즈를 예전의 '약골'로만 보는 이들이 있을까. 꼴찌를 도맡아 하던 KT가 아니다. 5강을 넘어 이젠 1위 경쟁에 뛰어들었다.
KT가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며 1위 NC 다이노스를 맹추격중이다. KT는 2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6이닝 1안타 1실점(비자책) 호투와 경기 후반 터진 타선의 힘으로 10대2 완승을 거뒀다.
63승1무47패를 기록한 KT는 이날 두산 베어스에 역전패한 LG 트윈스를 밀어내고 단독 3위에 올랐다. 시즌 후반 KT가 3위에 오른 것은 창단 후 처음이다. 2위 키움 히어로즈와 1게임 차이고, 1위 NC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시즌 전 전문가들의 5강 예상에서 KT에 대한 평가는 박했다. 지난해 5할 승률로 6위에 올랐지만 경험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즌을 치르면서 KT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시즌 중반 부침을 거듭하던 모습과는 큰 차이다. 이제는 전력 자체가 1위를 다툴만하다는 평가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윌리엄 쿠에바스-소형준-배제성-김민수로 이어지는 5인 선발진은 안정적이다. 마무리 김재윤과 필승조인 주 권 하준호 조현우 이보근 등은 잡은 리드를 뺏기지 않는다.
타선 역시 상하위를 가리지 않고 터진다. 멜 로하스 주니어-강백호-유한준의 중심이 워낙 강한데다 1번 배정대-2번 황재균이 출루와 해결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하위 타선에서도 장성우와 조용호는 출루로 찬스를 만든다. 심우준과 배정대의 빠른 발까지 더해져 타선 짜임새가 매우 좋다.
KT 이강철 감독도 지금 모습에 놀라고 있다. 이 감독은 "시즌전에 구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며 "타선이 괜찮다보니 선발이 5이닝 이상만 던져준다면 어느 팀과 붙더라도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KT는 흔들렸다. 6월 10일까지 11승20패로 9위까지 떨어져 있었다. 타선은 로하스의 활약으로 좋았지만 마운드가 와르르 무너지며 패가 쌓였다. 새로 영입한 데스파이네가 초반 부진한데다 마무리 이대은이 승리를 지켜주지 못했다.
조금씩 마운드를 정비하기 시작한 KT는 데스파이네가 자리를 잡고 김재윤이 새마무리로 안정감을 보여주면서 반등했다. 7월 11일 29승29패로 5할 승률에 오른 KT는 꾸준히 승수를 쌓았다. 8월 19일 삼성을 꺾으며 드디어 5위에 올라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해 나아갔다. 최근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며 단숨에 3위까지 치고 오르며 5강이 아닌 더 위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 감독은 최근 성적에 대해 "선발진이 5회 이상 던져준 것이 컸다. 선발이 길게 던져주니 타자들이 그 사이 점수를 뽑고, 불펜진도 체력적인 부담을 줄이면서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했다. 데스파이네와 신인 소형준이 복덩이였다. 데스파이네는 초반 부진했지만 5일 간격 등판을 하면서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0일 SK전 승리로 14승(7패)을 거둬 KT 팀 역대 한시즌 최다승 신기록을 작성했다. 신인 소형준도 2006년 류현진 이후 14년만에 고졸 신인 10승 대기록을 썼다. 지난해 좋은 활약을 했던 김 민이 부진했지만 그 자리를 소형준이 잘 메워주면서 팀의 활력소가 됐다.
배정대의 발굴도 큰 소득이다. 수비가 좋은 배정대가 공격에도 눈을 뜨면서 KT 공격과 수비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배정대는 20일 현재 타율 3할4리에 13홈런, 56타점, 70득점을 기록 중이다. 도루도 18개를 성공시켰다. 지난 18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끝내기 홈런을 치며 팀 연승을 이끌었다. 배정대가 중견수를 맡으면서 좌익수 조용호는 수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주전이 못하면 다른 선수들이 채워준다. 톱니바퀴처럼 잘 물려서 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 강백호가 안 좋을 땐 로하스가 잘 했고, 로하스가 부진했을 땐 강백호가 살아났다. 베테랑이 부진하면 젊은 선수들이 잘해줬다. 서로 보완이 되면서 어려운 시기를 넘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젠 1위 경쟁이다. 오히려 편안한 모습이다. 이 감독은 "쫓기는 것보다 쫓는게 더 편하지 않나. 5강 싸움을 할 때는 아래를 보며 싸웠지만 지금은 위만 보고 싸우고 있다"고 했다.
지난시즌 부임하자 마자 KT를 창단 첫 승률 5할에 올려놓은 이 감독. 올해도 마술은 계속된다. 예상치 못했던 KT의 막판 대 상승. KBO리그에 박진감이 더해지고 있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