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2019년 충격의 2부 강등을 당했던 제주 유나이티드가 원래 자리(1부)에 가까워지고 있다. 2부에서 최근 질 것 같지 않은 '언터처블' 기세로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최근 9경기에서 6승3무. 약 2개월 동안 지는 법을 잊었다. 남은 7경기서 지금 페이스라면 우승 및 다이렉트 승격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12월말 제주 사령탑에 오른 남기일 감독(46)은 선수단을 장악했다. 선수들은 남 감독의 지도력을 인정하고 있다. 선발 선수들은 물론이고 벤치에 앉는 선수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우승'과 '1부 승격'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돼 있다.
39세에 처음 프로 지휘봉을 잡은 남 감독은 '승격 청부사'로 통한다. 2014년말 광주를, 2018년엔 성남FC를 1부로 끌어올렸다. 한 원로 축구인은 "남기일 감독은 팀을 만들 줄 안다. 수비 위주의 실리축구를 구사할 줄 알고,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내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20라운드까지 치른 '하나원큐 K리그2 2020'시즌 20일 현재, 제주 구단의 남 감독 선택은 적중하고 있다. 19일 부천FC를 2대0으로 완파한 제주는 승점 41점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한 경기를 덜한 2위 수원FC(승점 36)에 승점 5점 앞서 있다. 제주는 지난 7월 26일 대전전(1대2) 패배 이후 약 2개월 동안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남 감독은 부천전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원하는 목표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두명이 아니라 모두 열심히 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남 감독이 지난 겨울 영입한 공격수 공민현과 주민규(이상 8골)가 득점의 두축을 이루고 있다. 공민현은 성남에서, 주민규는 울산에서 데려왔다. 안현범과 제주 유스 출신 이동률이 나란히 3골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줬다. 베테랑 미드필더 이창민이 중원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최근 군제대한 류승우 이찬동 진성욱도 힘을 보태고 있다. 부천전 결승골 주역 안현범은 "우리는 질 것 같지 않다. 선후배 유대관계가 좋다. 어린 선수들과 베테랑들이 모두 가족 같은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제주 모기업 SK그룹은 작년 충격적인 2부 강등에도 구단 예산을 줄이지 않고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왔다. 그 효과를 1년 만에 바로 보고 있다. SK가 지난해말 전략적으로 영입한 제주 김현희 단장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남기일 감독은 제주에 오면서 구단과 소통하고 함께 고민하는 지도자로 변신했다. 자신의 축구에 대한 확실한 방향을 갖고 있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는 수원FC와의 맞대결(10월 24일)을 우승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