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KIA 투수 임기영(27)이 지긋지긋 했던 4연패에서 탈출했다.
임기영은 17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타이거즈와의 시즌 13차전에서 선발 6이닝 6안타 무4사구 8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7승째(8패)를 거뒀다. 7월26일 삼성전 승리 이후 무려 53일 만의 승리 추가. 최근 4연패에서도 탈출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속에 치러진 경기.
출발이 좋지 못했다. 1회말 시작하자 마자 연속 3안타 2실점으로 실점 하면서 최근 악몽이 재연되는 듯 했다. 자칫 심리적으로 와르르 무너질 수 있었던 고비, 마음을 고쳐먹었다.
"줄 점수는 주고, 재미 있고 밝게 하려고 생각을 바꿨어요. 그게 제일 안 좋았을 때와 차이였던 것 같아요. 오늘은 평소보다 더 집중해 공격적으로 던졌습니다."
2회말부터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빠른 템포로 삼성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초반 타선 지원에 더욱 신바람을 냈다. 의욕이 뚝 떨어진 삼성 타선을 상대로 삼진을 늘려가며 호투를 이어갔다.
점수 차를 크게 벌리면서 굵어진 빗줄기 속 고생하는 동료들도 생각했다.
"2회에 올라가기 전 서재응 코치님께서 '템포가 느리다. 빨리 빨리 하자'고 말씀 해주셨어요. 야수들도 비도 오고, 도움도 주고 싶어서 빠르게 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비는 신경 안 쓰려고 노력했어요. 어차피 같은 조건이니까요."
지난 7월26일 삼성전 이후 승리가 뚝 끊겼던 터.
8월 들어 체력이 떨어지면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다른 선발들에 비해 활약이 미미했던 점도 임기영의 미안함을 가중시켰다.
"8월에 워낙 안 좋았을 때 무조건 버티자는 생각만 했어요. 제가 던질 때 경기 내용이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그저 승리 욕심을 버리고 팀에 도움이 되야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생각이 복잡할 때 서재응 코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날씨가 더워질 수록 팔이 올라갔다고 느껴 고치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서재응 코치님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깨달았어요. '(팔 위치에 대해) 신경 쓰지 말고 똑같이 던지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씀이 큰 도움이 됐어요."
복잡할 때는 단순 명료가 최고의 명약이다.
타자는 공보고 공치기, 투수는 존보고 공 던지기다. 서 코치의 숨은 의도는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
멋지게 성공했다. 복잡했던 임기영을 심플한 궤도로 돌려놓았다. 5강 도전의 중요한 시기. 돌아온 임기영이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