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웹툰 작가 주호민이 '기안84 논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주호민은 18일 벽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며 최근 불거진 웹툰 관련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날 주호민은 "최근 질이 낮고 보편적인 상식과 인권에서 벗어나는 만화들이 있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만화는 무엇이든지 표현할 수 있지만 건드려서는 안되는 부분이 있는것도 사실이다"며 "선천적인 장애와 같은 것을 희화화 해서는 안된다"라고 했다.
본론으로 들어가 "웹툰 검열이 진짜 심해졌다" 라고 운을 뗀 주호민은 "과거에 검열을 국가에서 했다면, 지금은 시민과 독자가 한다"며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린 것으로 이부분은 굉장히 문제가 크다. 큰일 났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보통 '내 자신은 도덕적으로 우월하니까'라는 생각들 때문인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우월하지 않다)"고 밝혔다.
주호민은 "그러한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들을 더 넓히려고 할때 그 생각과 다른 사람이나 작품을 만나면 그들은 그것을 미개하다고 규정하고 또 계몽하려고 한다. 그러면 확장 할 수가 없다"라고 주장을 이어갔다.
이어 주호민은 "내 생각이 맞는 이유가 네가 미개해서가 아니고 내 생각과 같이 하면 이런 것들이 좋아진다를 보여줘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것들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러니까 그냥 '너는 미개한 놈이야' 라는 식으로 가다보니 오히려 더 반발심이 생기는 거다"라고 말했다.
또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게 될 것이고, 지금은 시민이 시민을 검열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 수가 없다. 힘겨운 시기에 만화를 그리고 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주호민은 "(어떠한 일이 생겼을때) 사과를 해도 진정성이 없다고 한다. 그냥 죽이는 것이다. 재밌으니까 더 패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기안84는 네이버웹툰을 통해 공개한 '복학왕' 304회로 인해 여성 혐오 논란이 불거졌다.
'복학왕 304화-광어인간 2화'에서는 여자 주인공 봉지은이 회식 자리에서 배 위에 얹어둔 조개를 깨부수는 모습이 등장했다. 이에 봉지은을 구박하던 40세 남자 상사는 조개를 깨부수는 봉지은의 모습에 "어디 갔다 이제 오는가. 인재여"라며 치켜세웠고, 이후 봉지은은 정직원으로 입사했다.
특히 문제가 된 장면은 우기명과 40세 남자 상사의 대화였다. 남자 상사는 우기명에게 "봉지은과 만나고 있다. 근데 나이 차가 심해서 그런가 자주 싸운다"며 입사 선물을 대신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우기명은 두 사람이 어떻게 사귀게 된 건지에 대해 궁금해했고, 남자 상사는 "회식 날 술 취해서 키스해 버렸지 뭐야"라고 밝혔다. 그러자 우기명은 "어디까지 갔냐. 잤냐"고 물었고, 남자 상사는 "ㅋ!!"라고 대답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인물들의 대화를 놓고 봤을 때 봉지은이 결국 남자 상사와 성관계를 통해 정사원이 된 게 아니냐고 지적했고, 작가인 기안84의 '여혐 논란'이 일었다.
이에 기안84는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지난 회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됐다"고 말했다.
또 "캐릭터가 귀여움이나 상사와 연애해서 취직한다는 내용도 독자분들의 지적을 살펴보고 대사와 그림도 추가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기안84는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기안84에 대한 네티즌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심지어 기안84의 '복학왕' 연재 중지를 요청하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MBC '나 혼자 산다' 하차 요구도 빗발쳤다. 반복된 여혐과 장애인 비하, 이주노동자 비하 등 그릇된 가치관을 드러내 논란을 자처했던 기안84를 더 이상 '나 혼자 산다'에서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이어진 것.
하지만 MBC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지난 14일 "기안84가 오늘 있을 스튜디오 녹화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더욱 성숙해진 모습으로 찾아 뵐 예정이니 앞으로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며 기안84의 복귀를 예고했다.
한편 주호민은 2005년 운전병으로 복무한 자전적 경험을 담은 웹툰 '짬'으로 데뷔했다. 2010년 네이버 웹툰에 출품한 '신과 함께'로 큰 인기를 끌었다. 망자가 죽은 날로부터 49일 동안 일곱 번 재판받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우리나라 전통적인 사후(死後) 세계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2017년 '신과함께-죄와 벌' 2018년 '신과 함께-인과 연'으로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두 영화는 관객 수 각각 1400만, 1200만을 뛰어넘으면서 국내 역대 박스오피스 3위와 14위에 올랐다.
shy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