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조기 유산의 아픔을 겪은 환자가 병원에 기부금을 전달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수진씨(가명·27)는 지난해 임신 중 심한 복통으로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상태는 양막이 파수 될 정도로 심각해 의료진이 진통억제제 및 응급처치를 시행했지만 갑작스런 조기 진통으로 아이를 유산하고 말았다.
그녀는 유산 후 찾아온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컸다.
그녀의 사정을 알고 있는 고위험산모·신생아 집중치료센터 의료진들은 산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최선을 다해서 그녀의 몸과 마음을 돌봤다. 그들은 산모의 치료를 도왔고 산모의 곁을 지키며 그녀의 마음을 진심으로 보듬었다. 다행히 그녀는 심리·정서적 안정을 되찾았고 몸을 빠르게 회복해 건강히 퇴원할 수 있었다,
그리고 6개월 후,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사회사업팀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김수진씨로,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 때 담당 산부인과 의료진과 병동 간호사의 적극적인 돌봄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을 이어갔고 모아둔 첫 아이의 양육비 400만원을 병원에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부금은 그녀와 남편이 1년 동안 정성스럽게 모은 돈이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첫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뒤 "아이가 생겼으니 양육비를 조금씩 모아보자"고 약속해 1년 가까이 적금을 들어 돈을 모았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들 것으로 보고 일찍부터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모으다 보니 약 400만원의 큰 돈이 모였고 곧 태어날 아이 생각에 기쁘고 뿌듯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유산이 찾아와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이들 부부는 힘들었지만 모아둔 돈을 어려운 미숙아 가정에 기부해 그들에게 행복을 선물하기로 결정했다.
기부하기까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이 돈이 큰 금액이 아닐뿐더러 유산의 아픔이 다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더 힘들어하고 있을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을 위해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고 의미 있는 일에 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기부하게 됐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이 기부금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쓰일 수 있도록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연계해 미숙아 치료비 지원을 위한 지정기탁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기부금은 현재 미숙아 두 명이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1인당 입원·외래 치료비 50만원 한도로 저소득층 미숙아 가정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은 2014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과 협약해 지정기탁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외에도 저소득 환자 및 다문화가족을 위한 치료비 지원사업, 지역사회 소외된 이웃을 위한 김장 나누기 행사, 환자 치료비 후원을 위한 나눔 바자회 개최 등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폭넓은 사랑 나눔을 실천해 오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