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기억을 주는 IP를 만들어 보겠다."
지난 7월에 시작해 8월말까지 중국 동영상 플랫폼 텐센트 비디오에서 방영된 36부작 드라마 '천월화선(중국명 촨웨훠셴)'은 최종 누적 조회수 19억회를 기록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중국 현대사에서 일종의 격변기라 할 수 있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던 때, 학창 시절을 보낸 청소년들과 10여년이 지나 성인이 일종의 평행이론으로 게임 내에서 만나 함께 싸워나간다는 일종의 추억 반추형 판타지라 할 수 있다. 철저한 준비로 작은 소품까지 당시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 '응답앓이'라는 현상까지 나았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중국판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심적인 소재는 온라인게임이다. 전세계에서 온라인게임 유저가 가장 많은 곳인데다, 인터넷이 대중화 됐던 지난 10여년간 청소년기를 거쳤던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가장 열광한 콘텐츠이고 지금도 여전한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게임이 바로 한국의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FPS게임 '크로스파이어'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천월화선'은 바로 이 게임의 중국 이름이다. 에둘러 가지 않고 바로 드라마에 바로 게임명을 표기할만큼 '크로스파이어'는 서비스를 시작한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국민 FPS게임으로 꼽힌다. BTS를 앞세운 K팝이 미국 빌보드 1위를 기록하고,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휩쓰는 등 한국 콘텐츠가 최근 들어 글로벌 메이저 시장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크로스파이어'는 세계 최대 게임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이미 10여년 전부터 K게임의 저력을 알리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게임 IP(지식재산권)의 한계를 넘어 이처럼 대중적인 드라마라는 장르로 확장을 꾀한 것은 단순한 일회성 시도가 아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2015년부터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사업뿐 아니라, 프랜차이즈로 외연을 확장하는 동시에 궁극적으로 IP 사업의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결코 만만치 않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회사 창업자이자 현재는 그룹의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권혁빈 비전제시최고책임자(CVO)가 이 계획을 처음으로 꺼내 들었고, IP사업개발담당 백민정 상무와 담당자들이 구체적으로 가시화 시키고 있는 회사의 핵심 미래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스마일게이트 본사에서 만난 백민정 상무는 "하나의 게임사를 넘어 동서양의 사람들이 모두 공감하고 사랑하는 IP를 가진 종합 문화 콘텐츠 회사가 지향점이라 할 수 있다"며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중남미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크로스파이어'라는 IP가 결국 이를 가능케 하는 '주춧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을 구상하고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마 성공에 앞서 중국 파트너들과 함께 주요 도시에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테마파크를 구축,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미국 영화 제작사 오리지널필름과 2015년 계약을 맺었고 올해 초 글로벌 배급사 소니픽처스와 손잡으며 한국 게임 IP를 활용한 최초의 헐리우드 영화를 제작하려는 것도 이런 의도"라며 "당분간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지고 있지만, 이후에 계획대로 영화가 제작돼 개봉된다면 상대적으로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는 북미와 유럽까지 '크로스파이어' IP의 인지도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여기에 회사의 주력인 게임으로도 함께 시장을 공략해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진정한 글로벌 IP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은 여타 콘텐츠보다 상대적으로 서비스 수명이 길고, 후속작 개발을 통해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다만 그만큼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 성공한 IP를 탄생시키고 안착시키는 것은 훨씬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백 상무는 "그런 의미에서 전세계 80여개국에 10억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크로스파이어'를 활용해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지만, 회사의 다른 IP도 얼마든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동시에 국산 IP의 성공적인 확장이라는 엄중한 과제라고도 할 수 있다"며 "종합 예술인 게임은 확장성이 정말 무궁무진하다. 또 다른 콘텐츠와 연계된 게임은 실시간으로 개발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호작용이 뛰어난 매체다. 국내외의 다양한 IP와 협업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좋은 선례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백 상무는 "사람의 인생에서 행복했던 기억은 가장 오래 간다고 본다. 권혁빈 CVO를 위시로 한 스마일게이트가 추구하는 것도 함께 즐기면서 형성되는 '해피 메모리'를 전파하는 IP를 이 세상에 선물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세계관을 확장할 '크로스파이어'뿐 아니라 '로스트아크'나 '에픽세븐' 그리고 새롭게 나올 스마일게이트의 IP와 더불어 이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나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