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대상 불공정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비 전가, 특정 인테리어 시공업체 계약 요구 등이 대표적이다. 2017년 프랜차이즈업계가 오너 갑질 등의 문제가 다수 발생하며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된 이후 프랜차이즈협회를 중심으로 상생을 바탕으로 한 자정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 분쟁 및 문제 해결 창구로 운영 중인 '소상공인 불공정피해 상담'을 모르는 가맹점주들이 많은 만큼 인지도 확대를 위한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구자근 의원(국민의힘)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 소상공인 불공정거래 피해실태조사'에 따르면 가맹본부에 광고비를 내는 가맹점 가운데 협의 후 동의한 경우는 53.6%에 그쳤다. 나머지 절반가량은 본사 측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42%는 협의는 했지만 가맹점의 동의 없이 통보됐고, 4.5%는 사전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방적인 광고비 전가다. 조사는 소진공이 지난해 11∼12월 외식·도소매업·서비스업 3개 업종을 대상으로 서울·경기·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의 가맹사업자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광고에 따른 매출 증대는 가맹점과 본사 모두에게 이익이다. 이렇다보니 광고비는 가맹점과 본사가 분담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맹계약 당시 광고 활동 진행에 있어 가맹점의 동의가 필요하다. 본사가 가맹점에게 광고비 전가했다면 지배력을 활용한 '갑질'에 해당한다.
정보공개서를 통해 제대로 창업전 가맹점주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목됐다. 가맹점주들은 대부분 본사가 제시한 예상 매출액을 밑도는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가맹본부에서 제시한 예상 매출액 대비 실제 매출액 비율은 84.49%에 그쳤다. 예상 매출액을 본사로부터 받은 가맹점주의 78.6%는 "예상 매출액이 실제 매출액보다 적다"고 답했다. 반대로 "비슷하거나 많다"고 말한 이는 21.4%에 불과했다. 예상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이 25% 이상 차이 난다고 밝힌 가맹점주도 17.3%나 됐다.
특히 조사 대상 가맹점주 가운데 14.8%는 점포환경을 개선했는데, 절반에 가까운 47.5%는 가맹점주가 비용을 전액 부담했다. 본사가 비용 일부를 부담한 경우는 52.5%에 그쳤다. 인테리어 공사 과정에서도 본사 측이 지정·추천한 시공업체와 계약을 맺은 경우가 96.1%에 달했다. 본사에서 정보공개서를 통해 제시한 인테리어 비용을 웃돈 경우도 31.7%나 됐다.
조사 대상 가맹점 가운데 35.8%는 본사에 로열티(가맹비)를 내고 있었다. 로열티가 '일정 금액'으로 정해진 가맹점은 월평균 24만8100원을 냈고, '매출의 일정 비율'인 곳은 월 매출의 평균 10.03%를 지급했다.
정부는 불공정 거래로부터 소상공인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2016년부터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내 '소상공인 불공정피해 상담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전국 66곳에서 피해 상담을 지원하고, 소진공 변호사를 통해 전문 상담을 지원중이다. 그러나 조사에서는 50.2%만 소상공인 불공정피해 상담센터를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자근 의원은 "일반 상담을 담당하는 66명을 제외하면 전문 상담 변호사는 1명에 그쳤다"며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 불공정 피해 상담센터를 형식적으로만 운영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생계가 위협받는 가운데 불공정거래 피해예방교육 지원과 상담 강화를 통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는 가맹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운영하는 산업이다. 갑질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본사의 '상생경영'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2~3년 전 오너 및 본사의 갑질 논란에 휘말린 업체를 중심으로 매출 감소가 발생하는 등 최근 착한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정부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를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본사가 착한프랜차이즈 문화 정착을 위해 자정노력에 꾸준히 나서고 있고, 일부 본사는 본사 차원에서 광고비를 전액 부담하는 곳도 등장하는 등 코로나19 위기 속 불공정관행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