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안방극장에 사회적 거리두기 주의보가 내려졌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이어지면서 방송에도 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예능이나 드라마에서 출연자들이 마스크를 쓰는 일은 거의 없었다. 가끔씩 등장하는 스태프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은 보였지만 출연자들은 마스크로부터 자유로웠다. TV라는 매체의 특성상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면 메시지 전달이 힘든 탓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자 이런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출연자들도 마스크를 써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이른바 '턱스크'까지 지적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예능만 '예외구역'으로 두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최근에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예능의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마스크가 더욱 요구되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스튜디오보다 현장에 직접 가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도 스태프와 관계자들이 촬영현장에서 대면할 수밖에 없고 아무리 소독을 철저히 한다해도 대면 비말 감염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스튜디오에서 소수의 인원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역시 마스크를 착용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스튜디오에 투명 칸막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일반인 출연자들이 등장하는 아침 교양프로그램에서 마스크는 볼 수 없다.
때문에 출연자들도 마스크를 착용해야한다는 목소리와 카메라 앞에서는 예외로 둬야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현장에서도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예능 작가는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크다. 출연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카메라가 돌아가면 마스크를 벗는데 중간에 카메라가 꺼진다고 꼬박꼬박 마스크를 쓰는 이는 많지 않다"며 "우리는 늘 출연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넬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누가 감염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출연자들에게 마스크를 쓰게 할 수 없다는 입장도 강경하다. 한 예능 PD는 "말도 안되는 일이다. 방송을 하지 말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예능은 대화를 하고 얼굴 표정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80% 이상이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면 웃음의 반이상이 날아간다. 현장에서 최대한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드라마의 경우는 더 심하다. 표정과 대화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상황에서 배우들이 마스크를 쓰고 연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게다가 마스크를 쓰고 대사를 하면 대부분 후시녹음을 다시 해야해 제작비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본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주요 방역 지침을 보면 실내 음식점은 전자출입명부 혹은 수기 명부를 비치해야하고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제과점 등은 포장 배달만 허용된다. 학원은 10인 이상은 집합 금지되고 시설 내 이용자간 2m 간격도 유지해야한다. 유흥시설은 집합이 아예 금지돼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100명 이상이 모이는 일이 허다한 방송 촬영 현장은 절대 위험구역이 된다. 그렇다고 온 국민이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탈출구인 방송에 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안그래도 한때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이 힘들어진다면 방송 공백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
물론 각 방송 제작진들은 한명이라도 확진자가 발생하면 제작이 '올스톱'되기 때문에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디 숨어있을 지 모르는 확진자로부터 현장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하나, 예외로 둬야하나의 문제는 쉽게 결론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